여기도 객실은 소형인데 인테리어로 우물천장을 해놓은 곳은 오래간만이다. 근래 소형의 호텔들은 인테리어에 사치를 두지 않는다. 딱 필요한 것만 해둔다.
그래서 그런가 오랜만에 보는 우물천장은 '있어' 보였다.
그만큼 객실에 신경을 쓰는 곳이구나 생각했다.
이날도 우리는 호텔에 와서 씻고 자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
제주시에 나온 날은 일도 보고 주변도 돌아보고 저녁까지 먹고 호텔에 들어오기 때문에 호텔에선 씻고 자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다.
나는 아이와 와이프가 잠 들고나서도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방이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았다. 좀 기다렸다가 방이 시원해지면 닫고 자야지 아니면 낮은 층이라 모기가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영혼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간절기라 에어컨은 안되고 난방은 중앙난방이라고 카운터에서 들었다.)
복도 건너편 방에 단체로 오신 아주머니들이 일정이 끝났는지 10시쯤 부산한 소리를 내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아주머니들의 말소리가 너무 정확하게 들렸기 때문에 나는 잠시 우리 방의 현관문이 열려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물론 그럴리는 없었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니 단체 관광이 분명했다.
현관문 쪽... 방음이 꽤 안 좋은 가보네.
그리고 20분 3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머리 위(벽)에서 어떤 남자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들렸다. 응? 어떻게 벽 뒤의 소리가 이렇게 또렷하게 들리지? 잠시 의아해하던 나는 창문을 닫았다. 아마 창문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서 떠드니 우리 쪽에 소리가 저렇게 잘 들렸던 거겠지.
하지만 그건 아니었나 보다.
침대에 다시 눕자마자 다시 옆방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발음까지 또렷했다.
재난상황 때 체육관에 빽빽이 쳐주는 임시거주 시설이라는 노란 텐트에서 자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술 취한 남자의 쌍시옷 욕이 바로 머리 위에서 이렇게 잘 들리는데 자야 한다니, 이건 너무 심한데? 카운터에 전화를 할까 말까를 열 번쯤 망설였다. 그러나 아무리 호텔 직원이라고 해도 자기 방 안에서 술 마시고 떠드는 손님을 어떤 이유로 제재할 수 있단 말인가? 층간소음도 아니고 측간 소음을 어떻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벽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해결책은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