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거실 창에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뭐야? 하며 달려가보니 유리에 흔적이 묻어있었다. 짧은 찰나에 나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집 거실 유리에 비친 나무를 진짜로 착각한 새들이 가끔 브레이크 없는 충돌 사고를 낸다. 그런 경우 새들은 보통 즉사한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곧이어 맹금류로 보이는 새 한 마리가 스윽 우리 유리창 앞으로 날아와착륙했다. 이게 무슨일인가해서 창문 밖을 내다보던 나는 떨어져 축 늘어진 새의 주검을 움켜잡는 그 맹금류와 눈이 마주쳤다. 맹금류는 생각지 못한 관객의 존재에 놀랐다는 듯이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더니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물론 사냥감의 주검을 움켜쥔 채였다. 죽는 건 같았지만 이번엔 사냥의 현장이었다.
사냥감이 되었던 그 새는(어떤 새인지 확실하게 보진 못했다. 산비둘기로 추정 할 뿐) 우리 집 거실 창에 자신의 생의 마지막 자국을 남기고 갔다. 똥과 깃털이 뒤섞인 그 자국은 당시의 급박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아마도 새는 공포를 느낄 정도의 시간 동안 쫓겨 다녔나 보다. 이틀쯤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 자국을 지웠다. 호스로 물을 뿌렸는데 잘 안 지워지는 것 같아서(걸레를 가지러 가기는 또 조금 귀찮아서) 창문 아래 있던 평평한 나뭇가지로 슥슥 문지르고 다시 호스로 물을 뿌려 마무리했다. 그때는 다 지워진 것 같았는데 유리에 물기가 모두 마르고 나자 희끄무레한 자국이 나타났다.
그 자국은 정교하게 새의 모양, 즉 머리와 날개 몸통의 정확한 모양을 담고 있었다. 불안해하며 뒤를 돌아보는 고개의 방향까지 담은듯했다.(사실은 유리창에 부딪히며 꺾인 목이었겠지만) 요 며칠 미세먼지가 심했는데 저 자국은 새의 몸에 앉아있던 미세먼지일까, 아니면 공포의 순간 새에게서 분비된 생물학적 유분 같은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급하게 부딪히며 새의 영혼이 유리창에 박제된 것일까. 유리창의 그 자국이 보일 때마다 나는 그때 그 사냥의 순간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