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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담Adam Apr 15. 2024

getting older and older

내 몸이 늙었다니!

1.

체한 느낌이 있으면 명치 말랑말랑한 곳을 두 손 모아 깊게(천천히) 꾸욱- 여러 차례 눌러주는 습관이 있다. 위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어서 운동을 돕는 것이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대학교 때 체육수업에서 스포츠마사지를 배웠는데 실제로 이 부분을 그렇게 깊게 눌러주는 동작이 있었다.  그 동작의 원래 목적은 소화가 아니었지만 실습을 할 때 갑자기 안되던 소화가 시원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소화가 잘 안 된다 싶을 때는 말랑말랑한 명치 부분을 한 손 혹은 두 손으로 깊게 눌러주었고 효과도 좋았다. 2~3분을 그렇게 지그시 눌러주다 보면 금세 트림이 나오고 체한 느낌이 사라졌다.


그런데 3년 전쯤인가? 명치에서 볼록하고 말랑말랑하지 않은 무언가가 만져지기 시작했다.

'명치 소화법' 덕분에 내 명치를 남들보다 자주 눌러봐서  분명히 아는데 그건 전에 없던 것이 맞다. 도대체 이건 뭐지? 확실하게 만져지지만 통증은 없었다. 어떤 증상이든 통증이 없으면 일단 심각한 건 아니라고 했다. 별 것 아니겠지. 아프지도 않고... 그런데도 겁이 덜컥 났다. 도대체 이건 무엇인데 지난 40년간 없던 것이 별안간 나타난 거지? 무슨 종양 같은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오르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병원에 가봐야겠다. 아니다 점점 커진다거나 통증이 생기면 가봐야 하나... 별 일 아닌 것 가지고 유난을 떠는 걸까? 와이프에게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차에 앉아 '검색'이 떠올랐다. 내가 왜 진작 검색을 생각하지 못했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답을 찾아볼 수 있다니! 검색엔진이 처음 나왔을 때의 경이로움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도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명치에 종양'? '명치에 뭐가 만져짐'? 되는대로 써봤다.  빙고!  명치에 혹? 멍울? 뭔가 생겼다는 사람들의 글이 많았다...!


"'검상돌기'라는 명치에 있는 연골은 중년이 지나 단단한 뼈로 골화 된다".....라는 설명 글을 찾았다.  말 그대로 중년이 되면 없던 뼈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니... 잠깐 정말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중년 이후에 생성되는 뼈가 있다고? 아 그래 사랑니가 마흔이 넘어서 새로 나기도 한다는 말은 들은 적은 있다만...

어쨌든 일단 안심은 되었다. 종양 같은 것은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아? 하지만 나는 중년이었구나. 명치의 검상돌기는 나에게 '너는 이제 중년'이라고 일깨워주고 있었다. 




2.
어느 날 책을 보는데 시야가 흐릿했다. 익숙하게 인공눈물 안약을 넣었다. 간헐적으로 그런다.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 지속적으로 흐릿하다. 

20여 년 전 라식 수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무렵 나도 그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얼마(10분?) 걸리지 않았고 눈은 바로 좋아졌다. 시력이 0.3 정도에서  2.0에 가깝게 좋아졌다. 더 이상 안경을 두고 극장에 가서 안타까울 일도, 티브이를 보다가 안경을 낀 채로 잠이 들 일도 없었고, 전철은 어디행인지 버스는 몇 번인지도 잘 보였다. 그런데 그런 내 눈이 23년 정도가 지나 다시 나빠진 건가?? 관리를 잘 못하면 다시 시력이 안 좋아지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당시 의사 선생님은 '성인의 눈은 그리 쉽게 나빠지진 않아요, 노안이 오면 그때 나빠지겠죠'라고 하셨었다. 노안? 설마 나에게 노안이 온 건가?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노안이 온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적은데 노안이 온 경우도 있었다. 젠장. 책이나 핸드폰이 가까이에서 흐릿하게 보이니 다소 불편했다. 심한 지인들은 돋보기안경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 




3.
요즘은 밤에 자다가 꼭 깨서 화장실을 간다. 며칠 째 자다가 중간에 깨니 아침에도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이 말라도 일부러 물을 안 마시고 그냥 잤는데, 그래도 어김없이 새벽에 깼다. 와이프에게 요즘 그런다고 하소연하고 누워서 유튜브를 켰는데 '잠자다 중간에 깨는 요의'라는 제목의 영상이 딱 눈에 띄었다!? 응? 핸드폰은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소름 돋는 타이밍이다. 그걸 클릭을 안 해볼 재간은 없었다. 들어보니 중년 나이가 넘어가면 호르몬의 변화로 밤에 자는 동안 소변의 생성이 제어되는 기능이 약해지고... 그 외에도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결국 중년이 넘어가면서 생기는 몸의 변화 중 하나라고 했다. 이런 젠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육체가 이렇게나 정직하게 늙어감의 과정을 보여주니 모른 척하고 살기도 힘들다. 


나는 1976년생이다. 예전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49세, 이제 만 나이로 하면 생일이 안 지났으니 47세다.

I'm getting older and 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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