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말이 반찬
오늘의 메뉴
야채가지말이
시금치무침
야채 가지말이를 어느 블로그에서 보고 언제 한번 도시락으로 만들어봐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다가 오늘 시도를 했다. 왜 도시락 반찬에 이런 메뉴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지는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느꼈다. 일단 가지를 얇게 써는게 생각보다 어렵고 귀찮았다. 블로그나 유투버들은 너무 손쉽게 가지를 예쁘게 썰었는데 막상 내가 시작하니 얇게되어서 찢어질 정도라거나 너무 두꺼워서 가지말이를 하기엔 뚱뚱하게 되거나 가지 하나 가지고 내가 배부를 정도로 만들 양이 되지 않았다. 블로그나 유투버의 사람들이 대단하다 생각이 든 가지말이. 그리고 써는게 끝났지만 가지말이에 들어갈 야채들도 써는것도 일이였다. 색감을 생각해서 파프리카와 애호박, 양파를 선택했고 가지말이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얇게 썰어줘야하는데 이걸 또 얇게 써는게 두번째 어려움이였다. 그냥 각각의 반찬으로 먹을때는 먹기 좋은 크기만 생각하면 되었지만 길이가 길지 않은 가지에 넣을려니 무조건 얇게되어야 가능했다. 거기다 나는 욕심도 그득해서 야채들을 더 많이 먹고 싶어 많이 집어 넣다보니 가지말이가 아닌 야채가지 볶음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순간 포기하고 야채가지 볶음으로 메뉴를 바꿀까 싶었지만 이번만 도전하고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가지안에 야채들을 넣고 잘 말아서 이쑤시개로 고정을 시켰다. 나름 절충안을 생각한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전에 이런 걸 도전한 과거의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느정도 모양이 잡히 가지말이를 팬에서 살살 굴려가며 구워주는데 여기서도 또 시련이 왔다. 안의 야채들이 구워지면서 흐물흐물해져 빠져 나오는게 아닌가. 겨우 가지말이하나로 인생의 절망을 느끼면서 방법을 또 강구했다. 야채와 가지를 따로 구워서 말아보자. 야채를 구워놓고 한쪽에 모아 식히면서 가지도 구워서 잠깐 식혀주었다. 그리고 또 다시 가지말이 인생. 그래도 구워진 가지 덕분에 뚱뚱한 가지들은 쉽게 말아졌다. 이게 정답이였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블로그도 안보고 만들어보겠다는 스스로에게 팡파레를 울렸다. 해냈어.
시행 착오들 덕분에 양은 많진 않았지만 또한번 스스로 해냈다는 느낌에 도시락통을 열고 먹을 나에게 다짐을 하리라 깨달았다. 두번다시 가지말이는 하지말자.
야채들과 구운 가지로 말아서 놓고 시금치 무침의 나물을 곁들인 인내의 도시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