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이요 떨이- 훈제삼겹살구이, 두부볶음
훈제삼겹살구이
다진 돼지고기 두부조림
마늘종볶음
진미채무침
훈제삼겹살구이. 두툼한 삼겹살을 훈연해서 구워보면 참 좋았겠지만 그렇게까지 열정적인 요리를 하진 않는다. 도시락을 싸면서 고민과 집중을 하게 되는데 전날 술과 함께 곁들인 훈제 삼겹살이 남아 아침에 머리를 말리고 호다닥 구워보았다. 매번 저녁에 도시락을 싸놓는 편인데 회사에서 전자레인지를 쓰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하여 아침에 주섬주섬 싸기 시작했다.
만들어놓은 마늘종무침과 진미채볶음, 다진 돼지고기두부조림을 턱턱 무심히 담았다.
다진 돼지고기두부조림은 고기를 구하기 위해서 여러 정육점과 마트를 돌아다녔던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나는 자취생활부터 시작해서 결혼후까지도 일반적으로 다진 돼지고기는 마트에서 팩으로 있는 것만 보았기 때문에 마트에서만 파는 줄 알았다. 그래서 마트에서 팔지 않으면 따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었고 결혼 후에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서 산책 삼아 시장을 갔고 고추장돼지볶음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정육점 진열대만 열심히 훑어 보았는데 그 많은 정육점 진열대에는 수육용 고기, 불고기용, 구이용 고기들만 잔뜩 있었다. 처음 한 곳에서는 '여기는 팔지 않나 보네'라는 생각에 다른 정육점을 갔고 물어볼 용기가 없던 나는 '여기도 없네'라는 생각에 또 다른 정육점을 찾았다. 두 군데의 시장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다진 돼지고기는 구경도 할 수 없어 두부만 사들고 집 근처 정육점을 돌아왔다. 실망한 나머지 저녁에 수육이나 해 먹을 생각으로 수육용 고기를 사면서 사장님께 넌지시 여쭤보는 용기를 내보았다.
"사장님 여긴 다진 돼지고기 안 파나요?"
"바로 썰어드려요. 얼마나 드릴까요?"
열심히 시장 안을 누비면서 찾던 다진 돼지고기는 이렇게 가까운 정육점에서 만들어달라고만 외치면 되는 간단한 고기였다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한편으로 허탈도 했다. 몰랐으면 진작에 물어보면 될 것 가지고 그게 뭐가 부끄러워 안 물어봤을까 하는... 그렇게 삶의 지혜와 소소한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여 만든 다진 돼지고기두부조림의 탄생은 도시락에 고스란히 녹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