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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화 Jan 29. 2019

와인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

나는 와인을 어떻게 쓸 것인가?

'오래'라는 것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와인을 꽤 마셔왔다. 

정확히 언제 처음 마셨는지 혹은 언제부터 와인에 꽂혀 마시게 됐는지는 그 시작을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서른 초중반 즈음에 와인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줄창 마셔오던 와인을 드디어 '공부'하게 되었는데 와인 인생에 눈을 뜬 느낌이랄까? 여튼 이후부터 와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그 전과는 다르게 바뀌어 버린 게 사실이다. 이후에도 와인에 대한 생각, 특히 가치있는 와인에 대한 생각은 매우 수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단 하나. 

와인은 접근이 쉬워야 하고, 일상에서 즐겁게 즐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웬만하면 쉬운 말과 쉬운 풀이로 이야기를 하려고 애썼고, 접근이 쉬운 와인들을 소개해 왔다. 사실 와인에 대한 호기심을 엄청나게 심어주는 글을 읽고 나서 그 와인을 내가 구하기 어렵다면 그것처럼 쓸데없는 글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와인에 호기심을 갖게 하고, 직접 경험하고 싶게 하고, 결국 직접 구매하고 마실 수 있는 일상 속에 함께 하는 와인 생활이 내가 바라는 와인 라이프이다.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되도록 여럿이 같이 하면 나는 더 재밌으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나누고 느끼는 게 더 재밌으니까 이유는 딱 이거 하나다. 


한 와인에 대한 설명을 정확하게 하고, 기막힌 시음기를 쓰는 사람은 나말고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럼 나는 와인을 어떻게 써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는데 그것을 명확하게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으니 나 역시도 내 글이 지루했고, 짧은 글 한 편 쓰기도 얼마나 지겹고, 귀찮았는지.

한참 글을 써대던 초보 시절에는 와인 한 병, 한 병에 고유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글이 장황해졌다. 뭔가 뜬구름 잡는 것 같고. 더불어 와인에 대한 이미지도 모호해졌다. 공감하지 못하는 비유만 잔뜩 해대는 핵심 없는 글들. 

그러다가 최대한 간단하게 와인의 캐릭터만 소개하고, 페어링 때 좋은 결과를 보인 음식과 시음 정도만 언급하자 했더니 성의없는 시음기처럼 되어 버려 내가 보기도 민망스럽더라. 

그렇게 고민은 계속되고 답은 찾기 힘들었고 기타 이러저러한 이유로 글을 접었던 1년. 

언제 다시 시작할 지 모르겠는 시간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순간 뭔가 이런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는데 그 방법은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모르겠다. 


여전히 변함없는 생각은 와인은 쉬워야 하고, 일상에서 즐겁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잔뜩 힘이 들어간 허세꾼의 술이 아니라, 한 모금을 마시기까지 무수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야 하는 지적 허영심의 산물이 아니라, 내가 차린 내 밥상에 거슬림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반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밥상 와인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술이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 점을 알려주는 까칠하지만 친절한 언니의 수다 같은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2019년에 시작하는 내 글들은 아마도 와인 뒤에 숨었던 내가 앞서지 않을까 한다. 

불성실한 시음기도 아닌 장황하게 떠드는 허풍도 아닌 내 생활에서 얼마나 즐겁게 어울리고 있는지, 내 밥상에서 얼마나 헐렁하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새로운 스타일의 글들을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8. 12월의 샴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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