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Aug 16. 2019

봉오동 전투

‘여기가 마지막 조선이야.’


보고 싶은 작품들이 즐비한 극장가에서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날이 날인만큼 꼭 봐줘야 할 것 같아 선택한 영화 ‘봉오동 전투’ 는 현재 시기와 맞물려, 내게 보다 더 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 시대, 봉오동 일대에서 이루어지는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를 그려 낸 이 작품은 전투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을 묘사하고 활용하는 부분에서도 지극히 평면적으로 접근하고 연출한다.


총을 쏘고, 달리고, 다시 총을 쏘고, 또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봉오동에 다 달아 무언가를 보여줄 것 같다는 마지막 기대마저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밋밋한 전투장면보다 더 밋밋하게 느껴지는 인물을 그려내는 방향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불필요한 장면들을 정리하고 인물과 인물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물의 심리에 좀 더 집중해, 비로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악에서 정의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다 심층적으로 담아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중반부,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음 짓는 장면이나 배우 유해진이 연기한 극 중 황해철의 울부짖음은 심장박동의 빈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본인의 최후를 알면서도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냅다 뛰어가던 극 중 ‘이장하’ 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본인의 하루보다 조국의 내일이 더 중요하다 여기는 그 마음이 모이고 모이면 얼마만큼 거대해지며 또 그 힘을 발휘하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시대를 넘고 시간을 초월해 관객들에 전달한다.


오늘은 8월 15일, 광복절이다. 실제 해방 당일,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해방의 기쁨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난 16일 되고 나서야, 자유롭게 태극기를 흔들며 내 나라를 되찾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자유와 행복을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자유를 실감하지 못할 만큼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를 나는 살아보지 않았고,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

자유를 빼앗기고 나서 자유를 외치면 이미 늦는다. 어디에서 자유가 오는 지를, 그 자유를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는지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


과거를 등진채로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현재, 그런 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