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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연 Jun 26. 2018

오랜만의 감성 피크닉

#류이치 사카모토 전시 LIFE, L I F E



회사 지근거리에 복합 문화공간이 생겼다.

제약회사 건물을 개조해 지난달 개관했고, 류이치 사카모도(Ryuichi Sakamoto)의 전시회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남산 공원 턱 밑에 위치한 곳. 후미진 골목, 언덕길을 지나니 반갑게 맞이해준다.

사전 지식은 전무했지만, 멋있는 건물 외관에 이끌려 찾아가게 되었다. 




피크닉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류이치 사카모토는 그의 직업을 단정 짓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영화음악, 음악감독·작곡가·연주자·사회운동가. 그냥 예술가라고 칭해야 할 것 같다.





미술전시회는 다녀봤지만, 이런 복합 전시는 처음이었다. 어떤 걸 보게 될지, 상상하지 못한 채 미지의 지하 공간으로 걸어내려 갔다.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오롯이 그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연주곡과 영상들. 자연을 담은 조형물(?)도. 그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사진 등.. 천천히 그가 누구인지, 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몽환적인 시간.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던 나에게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전시공간은 층층이 마련되어있는데, 지하에서부터 올라가는 동선이다. 마지막 전시를 보면 남산타워가 보이는 루프탑으로 나오게 된다.








전시를 보고 나오니 1층의 카페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어졌다. 큰 창을 바라보고 앉을 수 있어 좋더라. 샹들리에가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 전시회에서 가장 큰 울림을 받았던 글귀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도 언제나 생각하고 있지만 좀처럼 잊은 채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 삶의 유한함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삶이 무한하다 여긴다

모든 건 정해진 수만큼 일어난다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어린 시절의 오후를

얼마나 더 기억하게 될까?

어떤 오후는 당신의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날일 것이다

네다섯 번은 더 될지도 모른다

그보다 적을 수도 있겠지

꽉 찬 보름달을

얼마나 더 보게 될까?

어쩌면 스무 번,

모든 게 무한한 듯 보일지라도



Because we don't know when we will die

we get to think of life as an inexhaustible well

Yet everything happens only a certain number of times

And a very small number really

How many more times will you remember

a certain afternoon of your childhood

Some afternoon that is so deeply a part of your being

that you can't even conceive of your life without it?

Perhaps four, five times more

Perhaps not even that

How many more times will you watch the full moon rise?

Perhaps 20, and yet it all seems limitless

-폴 보울스 Paul Bowles

(1910-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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