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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Jan 13. 2023

새해 첫 단상

작은 것들을 꾸준하게

  브런치 플랫폼으로 내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 꾸준히 하는 것에 워낙 취약한 사람이라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으나, 감사하게도 아내에게 꾸준한 것의 중요함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2023.01.05일 목요일.


▣ 아내 이야기

  아내는 참 배울 점도 많고 똑똑한 친구다. 결혼 전에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대체로 아내 판단이 옳다."였다. 나는 급하고 통통 튀는 폭죽처럼 정신없는 축이었으므로 잦은 실수에 낯 부끄러웠던 적이 많았다. 변화에 대한 욕심이 많아 언제나 새로운 다짐으로 일을 벌이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아내는 나와 다른 사람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지만 신중하고 해낼 수 있는 것과 해낼 수 없는 것에 대한 판단이 빠르며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무모한 나의 성격과 행동이 아내로 하여금 불안함을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아내는 나의 모습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단순히 본인의 성격대로 살아갔을 뿐이고 나는 관찰하고 배웠다. 물론 아내는 나의 성격을 존중한 것이었겠지만, 어떤 작은 것이라도 실행할 마음이 생겼다면 꾸준히 해내는 아내의 모습에서 깨달음과 의지를 얻었다.

  3년 반. 어느새 아내와 같이 보낸 시간이 3년 반을 넘어 4년을 향한다. 그중 작년을 돌이켜 본다면 단연코 영국 여행이 가장 큰 이슈였다. 영국 여행은 참 특별했다. 나는 아내가 어렸을 적 웨일스에서 초등학교 시절 일부를 보낸 것을 알고 난 후로, 언젠가는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 품고 있었고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회사 이직과 아내의 여유로운 시기가 절묘하게 겹쳐 예상보다 그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더구나 그 당시 영국은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격리 기간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유일한 유럽 국가였으므로 우리에겐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더라도 영국 여행의 의미를 뛰어넘는 여행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인생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포함될 것은 자명하고, 그 5주 간의 시간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밝은 감정의 총체였다. 영국 여행에 대한 자세한 기억들은 이곳에 틈틈이 기록해 남길 수 있는 시간이 있길.


▣ 회사 이야기

  영국 여행을 끝내고 2월 말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후, 며칠 전 새해를 맞이했다. 분명 이직 후 경제적으로 조금 더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능력 발전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나를 상당히 불안하게 한다. 오랜 고민 끝에 자신 있게 선택한 이직이기에 후회는 도움 되지 않는 감정이다고 떠들고 다니지만, 저 너머 이직을 선택하지 않은 평행우주 속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의미 없는 조급함이 든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1년을 헛되이 보낸 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까 두렵다.

  이렇게 나의 부정적 감정들을 글로 남기려 생각에 잠겨보고 나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인정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나는 부정적 감정은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소멸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모든 것이 좋을 수 없지만, 모든 것이 안 좋을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나는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행운들도 앞다퉈 내게 붙을 것이며, 노력과 좌절의 반복 끝에 한 단계 성장해 생기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작은 것들을 꾸준히 해보자.



  새해가 되어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욕심이 생겨 길어지고 말았다. 분명 "작은" 것들을 꾸준히 하려 했는데. 서둘러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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