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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Nov 03. 2021

웹툰 산업의 메타버스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할 것들

2021 세계 웹툰 포럼 토론문

이 글은 "2021 세계 웹툰 포럼"(2021.11.3.)에서

"메타버스 비긴즈"의 저자 이승환 팀장님(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발표 "메타버스 혁명, 웹툰과 만나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까"에 대한 토론문으로 준비한 글입니다.

(세계웹툰포럼 영상)

https://youtu.be/Bv1TGYl8q1o?t=6836


이승환 팀장님의 발제는 메타버스의 핵심 개념과 최신 동향, 그리고 웹툰 산업과의 IP측면에서의 접점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었습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소멸하고, 다양한 수익모델이 적용되는 가상경제가 확장되며, 웹툰IP를 중심으로 IP와 함께 살아가는 ‘스토리 리빙’의 시대를 강조해 주셨습니다. 이 글은 이러한 논의에 더하여 몇가지 논점을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 IP와 함께 사는 스토리 리빙 시대: 콘텐츠 IP의 중요성 증가 

먼저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메타버스가 강조하는 ‘스토리 리빙’과 최근 콘텐츠 IP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속성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버스의 관점에서는 일상적 경험의 공간이 현실에서 가상으로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콘텐츠 IP 측면에서는 콘텐츠의 생명력, 즉 수명이 크게 연장되어서, 사람들의 삶의 역사 속에서 특정 IP가 팬덤과 함께 호흡하며 장기적인 소비가 이어지는 상황을 강조합니다.  

이들을 연결 지어 해석한다면, 결국 콘텐츠 IP 중심의 산업 변화는, 사람들에게 비인간 주체인 콘텐츠 IP의 캐릭터 등의 가상적 존재들이 실제 삶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러한 경험을 보다 일상에 가깝게 연결해주는 메타버스적 전환은 앞으로 이러한 콘텐츠 IP 생태계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웹툰은 대표적인 콘텐츠 IP 산업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IP가 경쟁하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글로벌 점에서 ‘젊은’ IP로서의 특징을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IP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팬덤의 힘을 갖는다면, 한국의 웹툰은 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는 ‘젊은 IP’인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한국의 IP가 후발주자이지만, 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메타버스라는 ‘스토리 리빙’의 플랫폼을 통해 더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도 앞으로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팬덤 중심의 새로운 크리에이터 경제와 웹툰 IP의 메타버스적 적용

메타버스의 중요한 두 번째 특징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는 게임계의 유튜브라고 할 만큼 팬덤이 만들어낸 게임이란 창작물이 가상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되는 구조입니다. 팬덤의 참여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 수용이 아닌 다양한 생산적 참여가 중심이 되는 방식이고, 이러한 다양한 레벨의 크리에이터에게 경제적 보상이 돌아갈 수 있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이러한 구조를 뒷받침합니다.

웹툰 IP를 이러한 크리에이터 경제와 연결한다고 할 때, 한국의 웹툰 사업자들이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팬덤이 주체가 되는 IP경험의 방식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기획해야 하는가, 라는 부분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성공하는 IP는 팬덤의 적극적인 생산적 참여-밈, 리액션, 챌린지 등-을 통한 바이럴이 필수적입니다. 콘텐츠 IP의 가치는 팬덤에서 오고, 팬덤이 발견하는 매력의 확산에서 옵니다. 이러한 팬덤의 참여가 훨씬 중요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웹툰 IP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선, 이러한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요소들의 전략적 기획이 필요합니다. 이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성장한 현재의 웹툰 생태계에서 IP전략에 대한 다음 단계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IP경험의 양식(modality) 확장과 웹툰 제작 기반의 변화 

앞으로 메타버스를 통해 웹툰 IP의 일상화가 확대될 것이고, 웹툰 IP의 경험을 확장할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연결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들이 새로운 웹툰 IP 비즈니스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이때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메타버스가 경험의 양식(modality)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3차원 가상공간이라는 경험의 공간적 기반과, 팬덤 크리에이터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 요소’의 공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웹툰은 현재는 작가 중심의 2차원 공간의 창작물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나타난 경향은 1) VR웹툰과 같이 웹툰 경험 공간의 3D로의 확장 시도가 있었고, 2) 스케치업, 언리얼, 유니티 등의 툴을 활용하는 모델링 기반의 제작 기법에 대한 시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웹툰 제작 기반의 변화는 새로운 콘텐츠 경험의 양식(modality)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환경과 긴밀히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팬덤의 적극적 생산적 참여가 중요한 환경에서, 이러한 참여의 요소가 기술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팬덤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웹툰 제작 측면에서도, 게임의 '에셋'과 같이 웹툰 IP 에셋의 기획과 활용이 더 중요해질 수 있 것 같습니다. 즉 반복 가능한, 팬덤이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 콘텐츠의 축적과 활용이란 관점에서 웹툰 제작의 파이프라인을 점검하고 혁신해야 할 필요들이 앞으로 더 커질 수 도 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와 웹툰의 연결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팬덤과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 경제라는 관점에서 웹툰의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아닌, 참여 중심의 크리에이터 경제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유튜브와 유사한 특징이 있습니다. 또 팬덤의 생산적 활동이 IP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되는 시대라는 콘텐츠 IP 중심 생태계의 특징을 갖습니다. 웹툰 IP 활용의 범위를 넓히려고 하는 사업자들에게 이러한 메타버스 특유의 경험이 주는 특성들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바라볼 때, 작가 중심의 시각과 팬덤 중심의 시각으로 나눌 수 있다면, 메타버스 플랫폼은 팬덤의 참여 범위를 확장하고, 이러한 확장이 비즈니스-경제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웹툰 산업도 메타버스의 팬덤 참여 중심의 요소들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다양한 기술적-비즈니스적 시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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