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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Dec 10. 2024

방송사의 제작 스튜디오 설립과 IP 비즈니즈

#방송영상트렌드 40호(2024.10)

*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방송영상 트렌드> 40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아카이빙 차원에서 브런치에 업로드합니다. 게재된 글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occa.kr/trend/vol40/specialissue/specialissue3.html


예능 콘텐츠로서 ‘피지컬:100’에 이어서 글로벌 비영어권 1위를 차지한 ‘흑백요리사’의 열풍이 뜨겁다. 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이를 제작한 제작사, 그리고 제작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티빙 예능 ‘크라임씬 리턴즈’, JTBC 예능 ‘PROJECT 7’를 제작했다. 국내외 OTT는 물론 방송 채널을 위한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윤현준 PD는 JTBC의 자회사로 2020년 ‘스튜디오 슬램’을 설립했다. 대표 연출을 맡은 김학민PD도 JTBC 출신이다.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국내외에서의 큰 흥행 성과는 방송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제작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성과이자,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낼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방송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MBC가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스튜디오 ‘모스트267’을 설립한다고 발표해서 주목을 받았다.  MBC로서는 최초로 외부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기도 했다. KBS가 ‘몬스터유니온’을, SBS는 ‘스튜디오S’와 ‘스튜디오 프리즘’을 설립한 것에 이어 MBC의 ‘모스트267’이 출범하면서 지상파3사 모두 외부 제작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미 CJENM은 ‘스튜디오드래곤’과 ‘CJENM 스튜디오스’라는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JTBC는 ‘SLL’이란 멀티 레이블을 갖춘 스튜디오를, KT 그룹은 ‘KT 스튜디오 지니’라는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지난 몇년에 걸쳐 스튜디오 중심의 산업 구조의 재편이 이어져왔다. 왜 이렇게 스튜디오 중심의 산업 재편이 나타나게 된 것일까? 이 글은 방송 산업에서 확산된 스튜디오 설립의 주요 배경을 살펴보고, 특히 콘텐츠IP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스튜디오 설립의 배경: 콘텐츠 중심의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

방송사들이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 주된 배경으로는 콘텐츠가 갖는 가치의 확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플랫폼 환경의 변화일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동영상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난 몇년 간 방송 산업의 지형은 크게 바뀌어 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23)의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2018년 33.6%에서 2023년 72.2%로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텔레비전 이용률은 같은 기간 93.1%에서 91.6%로 줄어들었다.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23)의 ‘방송매체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TV 수상기 이외의 매체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간은 2018년 하루 평균 1시간 19분에서 2023년 1시간 54분으로 증가했다. 

방송사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23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매출에서 방송프로그램 판매는 2022년 전년 대비 17.8% 성장했지만,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하며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2024)의 ‘2023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는 2023년에는 방송 광고비가 전년대비 17.7%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 앞으로 방송 광고 시장이 더 강하게 위축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 판매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성장의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미디어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이 열어준 한류의 확산이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OTT를 통한 직접 수출을 통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마련된 이후, 각 지역의 로컬  OTT는 물론 다양한 방송사 등 보다 다양한 경로로의 유통 기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유연한 콘텐츠 전략, 그리고 적극적인 수출 및 글로벌 전략이다. 기존의 방송 채널을 통한 국내 유통에만 집중하는 전략으론 지금 열린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방송사들은 스튜디오라는 형식을 활용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통한 시장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의 이동의 관점에서 본 스튜디오의 역할

그렇다면 콘텐츠 경쟁력 확보의 전략이 왜 스튜디오의 설립이어야 했을까?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수한 창작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가진 영향력을 토대로 가장 우수한 창작자를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 둘 수 있었다. 문제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서, 이러한 인재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예능 분야의 PD들이 대거 이직과 퇴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KBS에서 ‘홍김동전’을 연출했던 박인석PD는 퇴사 후 KBS 출신 최재형PD가 설립한 ‘스튜디오 스파두파’로 옮겨서 ENA와 티빙을 통해 공개된 ‘찐팬구역’을 연출했다. CJENM에서 ‘대탈출’을 연출했던 정종연PD는 MBC 출신 김태호 PD가 설립한 ‘TEO’로 옮겨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데블스 플랜’을 연출했다. KBS 출신으로 몬스터유니온에 합류했던 서수민PD도 ‘링가링’을 설립해서 ENA 채널의 ‘가우스 전자’를 제작했다. MBC 소속으로 ‘피지컬: 100’을 연출했던 장호기PD는 ‘갤럭시코퍼레이션’의 레이블인 ‘스튜디오27’로 옮겨서 ‘피지컬: 100’ 시즌2를 연출했다. JTBC, CJENM 등에서 다수의 콘텐츠를 연출했던 정효민PD는 ‘스튜디오 모닥’을 설립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 ‘성+인물’ 등을 연출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계속되는 PD들의 이탈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창작자 입장에선 방송사 내부에 머무르는 것이 더 이상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사는 콘텐츠 창작자를 붙잡아 두거나, 혹은 외부로 이동한 자원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스튜디오는 이러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지금의 인력 이동의 흐름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낸 변화다. 따라서 기존의 방송 채널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 방송사 외부에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보다 유연하고 확장된 콘텐츠 전략을 전개하고 이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우수한 창작 인력들의 협업의 기회를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방송사 외부로 콘텐츠 제작 역량이 이동하는 흐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유료방송의 성장과 아시아 한류의 확장 시기에 드라마의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방송사 외부에서 드라마 제작사들이 성장했던 사례가 있다. 이는 소수의 방송사가 독점하던 제작 역량이란 자원을 외부 생태계로 확장하려 했던 독립 외주 제작 정책과 맞물린 결과이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콘텐츠의 해외 판매 규모가 확대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콘텐츠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스튜디오 모델의 도입이 이루어졌다. 2016년 설립된 스튜디오 드래곤이 그 주인공이었다. 넷플릭스가 촉발한 OTT 중심의 산업 변화는 이러한 스튜디오 모델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드라마를 넘어서, 예능 등 넌-스크립트(non-scripted) 콘텐츠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의 외주 생태계 형성기에 방송사 외부로의 유출이 정책적으로 권장되었던 것과 반대로, 지금은 오히려 방송사가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작 스튜디오의 설립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방송사의 특수관계자가 제작하는 방송프로그램 편성 비율 제한 규정의 폐지가 2016년 3월부터 이루어지면서 같은 해 ‘스튜디오드래곤’, ‘몬스터유니온’ 등의 스튜디오 설립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방송사가 제작과 유통(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주 편성을 의무화하면서 방송사 외부에 콘텐츠 제작 역량을 이동시키고자 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방송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에서 방송사가 자신과 연계된 콘텐츠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새로운 산업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스튜디오 모델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스튜디오’ 체제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 각각의 스튜디오들의 구조는 조금 차이가 있다. ‘모스트267’ 스튜디오나 ‘프리즘 스튜디오’처럼 자체 제작을 내세우는 곳도 있는 반면, ‘CJENM 스튜디오스’나 ‘SLL’처럼 산하에 멀티 레이블 구조를 갖춘 곳도 있다. 드라마 스튜디오들 대부분이 기획의 역할을 강조하며 외부의 드라마 전문 제작사와 공동 제작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임을 고려한다면, 주로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예능 분야에서 확보했던 제작 역량을 스튜디오란 구조를 통해 극대화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드라마, 예능 본부 전체를 스튜디오라는 구조로 재편한 SBS와 달리, MBC는 여전히 내부에 예능 본부를 두고 있으면서도 별도의 외부 스튜디오를 설립한 것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JTBC도 SLL 스튜디오와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내부에 예능 제작본부를 두고 산하 레이블로 ‘최강야구’를 제작한 ‘스튜디오C1’ 등을 두고 있으며, CJENM도 ‘에그이즈커밍’과 같은 레이블은 ‘CJENM 스튜디오스’ 산하에 두어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tvN, Mnet 등 채널 단위로 자체 콘텐츠 제작을 이어나가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튜디오’란 형식을 활용하겠다라는 점에서 방향성은 공유하고 있지만, 실제 수행 전략에 있어서는 다양한 모델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방식의 스튜디오 ‘모델’ 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최적화된 콘텐츠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이 없는 상황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대형 제작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가 어느정도 정착된 드라마 분야와 달리, 예능 등 넌-스크립트 콘텐츠 분야는 어느정도 고정된 성공의 모델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예능 콘텐츠가 방송 채널을 통한 일상적인 시청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인력이 높으면서도 적정 수준의 제작비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 예능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국내에서의 콘텐츠 성과를 거두는 역할 역시 해내야 한다. 지금은 안정적인 예능 콘텐츠의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을 어떤 스튜디오 모델을 통해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해서, 각 방송사가 처한 여건과 기존에 확보한 자원의 성격에 따라 다른 선택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IP의 관점에서 본 스튜디오의 역할

방송사들이 설립한 스튜디오들의 역할은 단순히 ‘제작’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모스트267’ 스튜디오의 경우, 영화 및 웹툰, 드라마 제작사 등 외부의 외부의 콘텐츠 파트너들과 제휴를 통해 원천 지적재산(IP)을 공동 개발하고, MBC가 보유한 기존 IP의 활용과 확장 등의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한정된 역할이 아닌 방송영상 콘텐츠IP의 발굴에서 활용과 확장에 이르는 과정을 전담하는 조직으로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존의 스튜디오들은 특히 콘텐츠IP 확장의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 드라마 콘텐츠의 직접 수출 뿐 아니라 ‘포맷’의 형태로 현지화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수출하는 것은 대표적인 콘텐츠IP 활용의 전략이다. 스튜디오가 이러한 IP의 활용과 확장의 측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관련 성과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예를 들어 SLL의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튀르키예에서 ‘바하쉬(Bahar)’라는 작품으로 리메이크되어, 현지에서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태국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말레이시아에서는 ‘힘쎈여자 도봉순’이 OTT 플랫폼 Viu를 통해서 현지화된 작품으로 리메이크가 결정되었다. 영국에서는 ‘KT스튜디오 지니’의 작품인 ‘유괴의 날’이 리메이크가 결정되었다. 이러한 성과들은 스튜디오 모델이 가져올 수 있는 IP 전략 고도화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예능 콘텐츠가 콘텐츠IP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보다 다양한 전략들을 전개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도 앞으로의 스튜디오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콘텐츠IP의 활용의 방향은 크게 콘텐츠의 확장과 부가 사업의 확장으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의 확장이란 측면에서, 예능 콘텐츠는 시즌제 제작은 물론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의 제작이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란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JTBC에서 방영했던 ‘크라임씬’의 후속작을 OTT 플랫폼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든 ‘크라임씬 리턴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스트267’ 스튜디오가 계획한 ‘피의 게임 3’도 시즌을 이어오고 있는 작품이다. 

콘텐츠 확장 뿐 아니라 부가 사업 측면에서도 예능 콘텐츠IP의 활용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JTBC에서 방영된 ‘스튜디오C1’의 ‘최강야구’는 방송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확장되었다. SBS와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스튜디오 프리즘’의 ‘더 매직스타’는 ‘마슐랭 1호점’이란 스핀오프 콘텐츠로 확장되었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마술 콘서트로 확장되어 전국 투어를 통해 총 19회차에 걸쳐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CJENM 스튜디오스’ 산하의 레이블 ‘에그이즈커밍’은 ‘서진이네2’, ‘지락이의 뛰뛰빵빵’ 등 시즌제-스핀오프 콘텐츠 제작은 물론 관련 공식 굿즈를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IP비즈니스 확장을 전개하고 있다. 

콘텐츠IP 활용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적절한 분업과 적극적인 대응의 조화가 필요하다. 창작자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서도, IP비즈니스를 전담하는 인력이 창작자와 긴밀히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할 수 있는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 다수의 스튜디오는 이러한 콘텐츠IP 확장과 활용 측면에서 전문화된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콘텐츠IP 기획 직무 뿐 아니라 IP라이선싱 전문 인력을 채용했고, SLL은 마케팅과 법무 측면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서 각 레이블의 콘텐츠 제작-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스튜디오 프리즘’은 제작사업 부문에 국내외 공연 사업과 공동제작 및 포맷 판매 등을 포함하고 있다. 향후 방송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IP활용이 확대된다면, 이를 지원하는 스튜디오의 역할 역시 점차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나가며: 스튜디오는 방송사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방송사들은 ‘스튜디오’라는 명칭은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각각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제작 레이블을 확보한 거대 스튜디오 모델이 있는가 하면, 사실상 하나의 제작사의 형태를 가진 스튜디오도 있다. 방송사 내부에 제작 기능을 남겨둔 곳도 있고, 제작 조직 전체를 외부로 옮긴 곳도 있다. 이로 인해 방송사와 스튜디오 간에 성과를 두고 경쟁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성과 평가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의 요소 역시 존재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화하고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스튜디오의 방식을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역시나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스튜디오 자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아니면 방송사의 성공을 지원하는 외곽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방송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방송 ‘채널’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우수한 창작자들은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된 기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수한 창작자들이 힘을 모을 수 있는 ‘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만이 지금 열린 새로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IP 비즈니스의 역량을 갖춘 조직이라면 지금의 기회를 보다 지속적인 수익화와 성장의 구조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2023) 2023년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2023).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2023). 2023 언론수용자조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2024). 2023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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