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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eon Jun 21. 2022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온 마틸드 -2-

요즘 호스트 지연은 개인적인 일정과 업무로 조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지연하우스에 안착한 룸메(하메?) 이탈리아인  마틸드도 즐겁게 서울생활을 즐기고 있다.

마틸드는 방과후교사이자 예술가(지망생?)이다.

학교에서 4살부터13살까지 애들을 가르쳤고 인스타그램에 틈틈이 그림을 올리고도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3년간 거주하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에 왔다.


이유는?

그녀는 아미다.

BTS의 빅팬. 특히 남준이를 사랑한다. 최애를 물어 보는 나의 질문에 남준이를 이야기하며 마치 사랑에 빠진 오페라의 여주인공 처럼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 듯 읇조렸다. Love myself 앨범과 RM의 UN연설을 보고 치유 받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녀가 힘들었던 시기에 노래의 메시지로 인해 위안 받았고 번민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연 너의 최애는 누구냐는 질문에,

진에서 뷔로 갔다가 지금은 다시 진? 이라고 답하자,

진 좋지. 나도 그의 자신감만큼은 리스펙트해.

라고 답하며 외출 후 들어오면서 진의 얼굴이 새겨진 자일리톨 껌을 선물로 주었다. 현관 앞 장식장 앞에 진열하며 둘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난 아이도 아니고 에미 정도? 코로나 시작 시절 곤경에 빠진 숙소들을 아미하우스로 만들까 시작한 유튜브로 방탄을 팠는데 결국 빠져버렸다는 흔한 이야기. 몇 년간 내 숙소에 방문했던 아미들이 상당해 한국의 브랜드파워를 높인 방탄소년단에게 호스트로서, 외국어강사로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은 평범하게 좋아하고 특히 리더 RM을 존경한다. 원래 성공한 남자는 멋있는 법).


도착 날 집 온수 문제로 다음날 둘이 옷을 바리바리 싸갖고 가 보라보라에서 샤워를 하는 상황이 벌어짐. 그녀의 신용카드는 또 기능이 잘 안 돼 밥도 제대로 못 사먹고 현금도 못 찾아 멘붕에 빠진 마틸드를 옆에 끼고 숙소 카드 단말기로 테스트 하니 문제 없다는 걸 확인. 신한은행에 데려가 ATM을 확인하니 현금 인출 성공. 어젯밤에는 원래 있던 알러지가 발병을 해 하루종일 아파서 누워 있다 이제 살아나 부엌으로 기어나와 저녁 준비를 해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다. 계속해서 한국에 관계된 질문을 하고 있는데 살며 한 번도 궁금해 본 적 없는 것들이다. 예를들어 ,

왜 한국인들은 연장자와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는 거야?

K-드라마를 보며 늘 느끼는 의문이었단다.

뭘 저렇게까지... 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왜..? 라고 의문을 품은 적은 없었던 지연.

눈을 보지 않는 것을 서양에서는 무시.

눈을 마주보는 것을 동양(한국)에서는 반항 -_-;;;

대충 대답은 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


그녀의 노트 한국 체크리스트에는 남준이가 살았던 동네인 일산동구와 방탄 숙소인(였던?) 한남더힐이 적혀 있었는데, 그냥 근처에 가기만 해도 성지순례를 온 기분이 드는 듯 하다.


지: 한남더힐 근처에 같이 갈까?

마: 아냐 난 그를 스토킹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지: (뭐래 체크인 리스트에 적어 놓은 주제에ㅋㅋ)

      그럼 넌 만약 남준이를 우연히 만난다면(가끔 용산에서 출몰한다는 제보를 들은 적이 있어) 어떨 것 같아?

마: 난 아마 그자리에서 쓰러질 거야.....

지: 그래 난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 줄게.


마침 오늘 친구들과 이케아에 갈 일이 있어 남준이 벽화가 있는 일산 동구에 데려가 주려고 했는데, 꼼싹달싹 못 하는 얘를 두고 가려니 걱정이 크게 되었다.

일단 물과 과일을 앞고 두고 저녁에 돌아와 보니 그대로다.

문을 열고 물을 먹이고 키위를 하나 포크에 찍어 "하나만 먹자 응? 하나만" 하고 입에다 넣어 주니 배시시 하고 먹는다.


일산에 오늘은 못 갔지만 내일은 꼭 혼자서라도 갈 거라는 그녀.

부디 RM사마 멀리타향에 그대의 발자취를 찾아 홀로 찾아 온 이 소녀를 가련하게 여기시어 옷자락 일부라도 보여 주는 생의 기적이 발현되기를 바래 본다.


일하고 들어오면 "Weclcome back!"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다다다다 이야기 하기 시작하는 마틸드.

이태원에서 예쁜 옷도 사고 야외에서 먹을 도시락세트도 샀다. 하루하루를 야무지게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녀의 이태원 한달살이를 종종 기록할 예정.


※그녀는 2022년 4월 말에 방한했고 7월 초 귀국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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