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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 Nov 07. 2022

성장주의를 경계한다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 창비 / 초판 1쇄 / 2021년 9월 24일)

- 성장주의를 경계한다 -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한다. 여기서 '성장'은 생산량과 관련된다. 더욱 많은 것을 생산할수록, 더 놓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생산량은 성장을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다. 1개면 충분한 걸, 2개 생산하도록 하고, 10개면 차고 넘치는 걸, 20개, 30개 생산하게 한다. 성장은 인류가 반드시 달성하고, 추구해야 할 정언명령이다. 아이러니 한 건 그 정언명령을 따를수록,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세상, 생태계는 더욱 빈곤해진다는 점이다.


책,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인류가 살기 위해선, 더 많은 생산이 아닌 더 적은 생산을 추구하고, 끊임없는 성장이 아닌 탈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1부 '많을수록 빈곤하다'와 2부 '적을수록 풍요롭다'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자본주의가 나타난 배경,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바가 무어인지를 다룬다. 이후, 끝없는 성장을 추구한 결과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다룬다. 그 뒤 자연스럽게 2부로 넘어가, 인류가 살기 위해서는 끝없는 성장을 탈피하는 탈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탈성장이라고 하면, 자칫 성장 자체를 멈춰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물론 절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탈성장은 '성장을 위한 성장'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성장 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성장을 위한 성장, 즉 성장주의는 무엇일까. 이건 인간 삶을 번영하지 못하게 하는 성장이다. 성장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인류 삶과 연관되고 인간을 번영하게 한다면 좋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이 성장이 다르게 작용한다. 성장 지표로 사용되는 GDP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게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매해 더 많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소비자가 물건을 사도록 한다.


이런 성장주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은 자원을 쓰게 하고, 그 결과 생태계 파괴와 자원 갈취, 불평등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성장을 추구할수록 인간이 번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후변화, 양극화 등에 시달리게 된다. 번영 없는 성장이다. 더 많이 생산하면 성장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 더 많이 생산할수록 빈곤해진다.


이전에 읽은 책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 세계사>에서는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 사례가 나온다. 풍요롭고, 자원이 풍부했던 이스터섬은 인구의 증가와 끊임없는 자원 갈취로 결국 멸망했다. 당시 클라이브 폰팅은 이스터섬의 사례가 현재 인류가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경고의 의미를 담아 책을 풀어 나갔다. 또한, 인류가 살기 위해선 현재의 성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책 역시 성장을 위한 성장을 경계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성장인지, 인류의 번영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 이 말은 정말 달콤하다. 하지만 단 걸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을 망치는 법이다. 때론 입에 쓴 걸 먹어야 한다. 성장이 달콤하다면, 탈성장은 쓰다. 이 쓴 맛은 달콤한 걸 많이 먹을수록 더더욱 쓸 것이다. 쓴 걸 먹었을 때의 몸부림도 아마 더 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쓴 걸 먹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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