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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 Jan 21. 2023

시장 만능 주의 대안

책, <불평등의 대가>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열린책들/ 초판 16쇄/ 2017.04.10)

- 시장 만능 주의 대안 -



기억하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몇 개 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COVID-19이 있고, 그 이전에는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있었다.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사건이었다. 신용 없는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한 뒤 집을 구매하게 하고, 그 집을 담보로 또 다른 대출에 대출을 이어오다 한 순간에 무너진 사태였다. 사태 이후 관련 영화도 몇 개 나왔다. 그중 <빅쇼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리먼 사태가 어떤 것이었는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


큰 위기 이후에 왜 그 위기가 발생했는지 돌아보는 건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문제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라고 말할지라도, 부서진 외양간을 고쳐야지 더 이상 소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새로 고친 외양간은 지난 외양간보다 더 튼튼하고, 촘촘하게 만들어 부서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책, <불평등의 대가>는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쓴 책이다. 그는 익히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의 부제는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분열은 상위 1%와 나머지 99%다. 그는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 모두 1%를 위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고, 이런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그런 사회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책이 나온 시점은 2011년으로 리먼 사태가 있은 후 3년이 지난 뒤다. 어떻게 보면 리먼 사태처럼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안으로도 볼 수 있다. 그의 대안을 한 마디로 말하면 '큰 정부'다.


그의 대안을 알려면, 그가 내리는 문제 진단부터 알아야 한다. 그는 2008년의 금융 위기와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불평등 모두 시장 만능주의, 특별히 상위 1%를 위한 시장주의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성장을 위해 규제를 풀었던 것, 시장이 마음대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도록 풀어준 결과라고 말한다.


대표적 사례가 '글래스-스티걸법'의 폐지다. 이는 투자은행은 은행 업무를 금지하고, 민간은행은 투자업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이다. 하지만, 미국 내 잦은 로비로 이 법이 폐지가 됐고, 그 때문에 투자은행이 민간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리먼 사태의 초석이 됐고, 세계적 공황이 왔다고 지적한다. 애초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된 건 상위 1%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스티글리츠의 주장이다.


한편, 대공횡으로 인해 피해를 본 건 애초에 아무것도 없던 서민들이었다. 금융위기로 직장이 문을 닫는 사태가 빈번하고, 노동자들은 작은 일이라도 하기 위해 보수가 낮은 일자리일지언정 참여한다. 반면, 금융위기 사태를 키운 금융회사들에게는 그 서민들이 낸 세금이 대규모로 들어갔고, 문제를 일으킨 회사의 중역들은 서민들이 결코 만질 수 없는 돈을 보너스로 받아갔다. 문제를 일으킨 책임은 지지 않고, 수익만 가져간 것이다.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서민들의 지갑을 털어 문제 원인자들 지갑으로 넣어준 꼴이다. 금융위기에도 부유한 자는 더 부유해졌고, 서민들은 더 가난해졌다. 불평등이 커진 것이다.


시장 만능 주의를 외쳤던 금융권들은 리먼 사태가 일어나자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시장이 정말 만능이었다면, 시장의 문제도 시장의 논리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자신들을 게재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는 걸 환영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그 결과 그들은 살았다. 물론 리먼의 침몰은 불가피했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은 결코 만능이 아니며, 모든 건 정부가 만들어 놓은 규칙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리먼 사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규칙을 정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리먼 사태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 건,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정부가 시장의 편'만' 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1%를 위한 규칙이 아니라, 99%를 위한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99%를 위한 큰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세세한 대안으로 각종 법제정과 정책 강화 등을 말한다.


스티글리츠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정부가 만능인 듯이 들린다. 나는 정부가 '만능'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장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다만 중요한 건, 모든 시장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규칙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정부에게 요청해서 규제를 풀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건 분명 필요하지만, 시장에게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권한까지 주면서 해서는 안 된다. 스티글리츠가 말하는 원인은 시장이 원하는 대로 규칙이 움직일 수 있었던데 있다. 물론 이건 정치와 경제가 아주 밀접하게 꼬여있는 미국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 만능으로 가게 되면, 결국은 부유한 사람 즉, 지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 지대를 갖지 못한 나머지 사람은 소외되게 되고, 그들이 점점 많아져 그 사회의 행복과 안녕이 무너질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확천금의 꿈과 대박의 꿈을 좇아 다시금 신용이 없는데도 무분별하게 대출이 이루어져 리먼 사태 같은 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 사회가 불안정하면, 대박을 찾게 마련이다. 마치 코인사태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품이 터질 때 함께 터지고 만다.


밑줄

- 자본주의의 올가미에 걸려들면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월스트 리트 금융계에 입성한 엘리트들은 학창 시절 성적이 훨씬 뛰어났다는 것 외에는 대다수 미국인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애초에 이들에게는 인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발명을 하거나, 새로운 산업을 건설하거나, 극빈층 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돕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꿈을 보류한 채,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보수를 손에 넣기 위해 믿기지 않을 만큼 장시간 노동을 감수했다. 하지만 바로 이 과정에서 이들의 도덕성은 무너 졌다. 결국 이들은 꿈을 보류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내던져 버렸다.(p.35)


- 노동 시장의 양극화는 상위 계층으로 가는 돈이 늘어나고, 하위 계층으로 이동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p.91)


-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가구들이 우리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있는 데 반해, 상위 계층 가구들은 날이 갈수록 우리의 노여움을 자극하고 있다. 한 때 상위 계층의 소득은 그들이 한 활동의 정당한 대가라는 사회적 공감대 가 있었고, 사람들은 상위 계층에 대해 존경심을 품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 위기 때 금융업계의 중역들은 우리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도 제주 머니에 막대한 상여금을 챙겨 넣었다.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할 경제적 여 유가 없다는 구실을 내세워 직원들을 해고했지만, 직원을 해고한 덕에 남 은 돈은 대폭 인상된 중역들의 상여금으로 들어갔다. 기업 경영진의 독창 적인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품었던 존경심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이들의 무신경한 태도에 대한 분노가 대신 들어섰다.(p.105)


- 기업 중역들(이번 금융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을 포함해서)이 받는 보수와 관련된 수치를 보면 이런 상황이 충분히 설명이 된다. 우리는 앞에서 최고 경영자들의 보수와 평균적인 노동자들 사이의 보수 격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무려 200배가 넘는 이런 보수 격차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무척 크다(이를테면 일본의 경우는 16대 1이다). 30대 1이었던 사반세기 전 미국의 보수 격차는 지금의 격차와 비교하면 기이하게 보일 정도다. 그 사이에 최고 경영자 집단이 평균적인 노동자들에 비해 서 200배 이상의 보수를 받는 게 마땅할 만큼 생산성이 대폭 증대되었다 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의 성과에 관한 자료 들은 이런 관점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나쁜 사례를 보고 세계 전역 다른 나라들의 중역들이 미국의 중역들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이다.(p.105~106)


-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곤경을 그 사람들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자신들은 <자력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는 상위 계층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또한 상위 1퍼센트 계층은 대부분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활동을 통해서 돈을 번 사람들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세계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기여한 위대한 사상가들 혹은 경제적 변혁을 이룬 위대한 혁신가들이 아니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보다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면 보다 역동적인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p.113)


- 효과적인 기업 지배 구조 법률이 존재하지 않거나 법률 집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에서는 최고 경영자들이 엄청난 액수의 상여금을 가져갈 수 있다.(p.121)


- 창출된 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몫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차지하는 행위를 <지대 추구 rent seeking>라고 부른다. 상위 계층은 사회의 나머지 성원들이 눈치채기 어려운 방법을 이용해서 그들로부터 돈을 뽑아내는 법을 터득했다. 바로 이것이 이들이 이룩한 진짜 혁신이다.(p.121)


-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조합 결성을 장려 혹은 저해하는 법률이나, 경영진의 재량권 범위를 결정하는 기업 지배 구조 법률, 독점 지대의 규모를 제한해야 <마땅한> 경쟁 관련 법률 등을 통하여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을 정한다.(p.156)


- 아이러니한 것은 위기를 초래한 것은 금융인데 그 위기의 희생양이 된 것은 노동자들과 중소 사업자들이라는 점이다. 경제 위기는 실업률을 상승시키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이 삭감 압력을 받는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은 이중의 타격을 받는다.(p.160)


- 세계화를 운용하는 방식 자체도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위축시킴으로써 임금을 크게 끌어내린다. 자본의 이동성이 높은 경우 - 그리고 관 세가 낮은 경우 임금 인하 및 악화된 노동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회사를 옮기겠다는 기업 측의 말만으로도 노동자들은 위축된 다. 비대칭적 세계화는 노동자들의 협상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자본 은 전혀 이동할 수 없고 노동력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각국은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려고 경쟁할 것이다. 그들은 노 동자들에게 세금을 적게 거두겠으며 좋은 학교, 좋은 환경을 보장하겠다 고 약속할 것이고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자본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서 거 둔 수입으로 충당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문제의 핵심은 상위 1퍼센트가 그런 세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p.161)


- 기업들은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세계화와 관련된 규칙이 결정되도록 하는 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정 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세금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들은 세금을 낮 춰주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훨씬 적은 다른 나라로 가겠다고 국가를 협박한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속셈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장의 힘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정치적 의제를 제기한다. 그들은 세계화 —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투자 보호를 위한 — 가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을 희생시킨 대가로 자신들에게 이익을 안겨 준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허울 좋은 말만 늘어놓는다.(p.161~162)


- 가장 두드러진 사회 변화는 노동조합의 위축이다. 미국의 임금 및 봉급 소득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980년 20.1퍼센트에서 2010년에 11.9퍼센트로 하락했다. 노동조합 가입률의 하락은 경제적 힘의 불균형과 정치적 공백을 초래했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까닭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경우보다 생활이 훨씬 곤궁해졌다. 사업장이 해외로 이전하면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은 위축되었다. 형편없는 보수를 주는 열악한 일자리라도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p.165)


- 노동자 보호가 강화되면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자신과 자신의 업무에 대한 투자 의욕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노동력의 질이 향상된다. 더 나아가 사회적 결속력이 강화되고 근무 환경이 개선된다.(p.165)


- 정치, 특히 정치가 기업 규제 법률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기업 수익 중에서 최고 경영진이 차지하는 비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미국 법률은 최고 경영진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한다. 큰 보수 격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관습을 변화시켜 온 덕분에, 미국의 경영진들은 다른 나라 경영진들보다 훨씬 쉽게 노동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을 희생시켜 자신의 부를 불릴 수 있었다.(p.166)


- 우리는 이런 초과 이익을 <기업 지대 corporate rent>라고 부른다. 여기서 문제는 이 지대가 기업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특히 노동자, 주주, 경영진 사이)에서 어떻게 분배되는가 하는 것이다.(p.167)


- <공정성>의 기준 역시 변화했다. 경영진들은 기업 수익 중에서 자신들이 차지하는 몫을 늘리는 행위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직원을 감축하고 임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에도> 엄청난 몫을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일부 부문에는 이처럼 정신병자에게나 어울리는 관점으로 <공정성>을 바라보는 태도가 깊이 파고들어 있다. 대침체기 초반에 오바마 행정부의 어느 공무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리 1,82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주역이라 해도 AIG 임원들에게 책정된 상여금은 신성한 계약에 규정된 것이므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그는 몇 분 뒤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임금 인하 효과를 가지는 고용 계약을 받아들이라고 훈계했다.(p.168)


- 배당금과 관련한 불평등 수준은 임금 및 봉급 관련 불평등보다 심하고 자본 이득과 관련한 불평등은 그 밖의 다른 어떤 소득에서의 불평등보다 심각하다. 따라서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 우대 조치는 사실상 갑부들에게 세금 우대를 해주는 것과 다름없다.(p.174)


-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우리는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지속은 소득 재분배의 평등성 확대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장기적으로 볼 때, 불평등의 축소와 지속적인 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4월, 국제통화기금의 전 총재 도미니크스트로스-칸은 이렇게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볼 때, 고용과 평등은 경제의 안전과 번영, 정치적 안정과 평화를 이루는 벽돌이다. 바로 이것이 국제통화기금이 맡은 임무의 핵심이다. 우리는 이것을 정책 목록의 핵심에 두어야 한다.>(p.201)


- 정부는 게임의 규칙을 정한다. 정부는 법률을 집행한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사회와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 인프라와 하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만일 정부가 도로, 항만, 교육, 기초 연구를 제공하지 않으면(혹은 다른 주체가 이상의 일을 하도록 조처를 하거나, 하다못해 다른 주체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지 않으면) 평범한 기업들은 번창하지 못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투자를 <공공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기초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공재>다.(p.202~203)


- 미국 경제의 불평등은 대부분 지대 추구에서 비롯한 결과라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를 예로 들면, 지대란 나머지 사람들로부터 지대 추구 행위자에게 소득이 재분배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석유 회사들과 광업 회사들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지불해야 하는 금액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석유와 광물 채굴권을 따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p.205)


- 노동자들에게 의욕을 불어넣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은 바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믿음이다. 공정성의 기준은 모호할 뿐 아니라, 사리사욕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기도 하지만,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와 같은 임금 격차는 공정치 못하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경영진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임금 인하 및 정리 해고가 이루어지고 자신들의 보수가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런 조치를 부당하다고 여긴다. 이런 인식은 당장 노동자들이 쏟는 노력, 회사를 아끼는 마음,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의향뿐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려는 의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행복도가 높은 노동자일수록 생산성이 더 높다. 고위 임원의 급여가 일반 노동자의 급여에 비해 지나지체 많다고 생각한다면 그 노동자는 행복할 리가 없다.(p.215~216)


-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이매뉴얼 사에즈와 파리 경제 대학의 토마 피케티, 그리고 MIT 경제학부의 스테파니 스탄체바는 세금 인상이 유인에 미치는 효과와 불평등의 완화로 인한 사회적 편익을 신중하게 계산한 결과, 상위 계층에 대한 과세율은 대략 70퍼센트(이것은 레이건 대통령이 부유층 감세 정책을 시행하기 전의 세율이다)가 적당하다고 추정했다.(p.228)


- 기업 최고 경영자들, 특히 금융 부문의 최고 경영자들은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한 개인이 받는 높은 급여는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에게 그런 기여를 계속해야겠다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공론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것이 바로 <성과 유인 보수 incentive pay>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지난 위기는 경제학자들이 오래전에 밝혔던 사실을 만인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한 논리는 엉터리였던 것이다. … 성과 유인 보수는 사회적 기여 와는 무관하게 주어졌다. 즉 실적이 높으면 보수도 높아졌지만 실적이 낮아도 여전히 높은 보수를 받았다. 달라진 것은 이름뿐이었다. 실적인 낮아졌을 때 제공되는 보수는 <잔류 보수>로 이름이 바뀌었다.(p.280)


- 긴급 구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자본주의의 일환이었다. 작은 국가를 옹호해 오던 금융 부문 정작 2008년에는 정부가 자신들을 구제해 줄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을 환영했다.(p.282)


-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실은 기업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게임의 규칙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률 덕분에, 원자력 발전소와 해양 석유 굴착 업체는 사고 발생 시 피해 비용 일체를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모면하고 있다. 이런 법률이 없었다면 원자력 발전소와 해양 석유 굴착 장치가 이처럼 많이 들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정부의 보조금이 없었다면 미국 땅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단 하나도 들어서지 못했을 것이다.(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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