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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 Feb 16. 2023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힘

책, <업스트림>



업스트림
(댄 히스/ 웅진지식하우스/ 초판 1쇄/ 2021.07.02)

-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힘 -



업스트림이란 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하거나, 이미 발생했다면 그 피해를 체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피해를 체계적으로 줄인다는 건 문제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 해결함을 뜻한다. 즉, 쓰레기가 굴러온 하류에 집중하지 않고, 쓰레기가 버려진 상류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결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소를 잃었을 때 외양간만 고치려고 한다. 외양간만 고치면 다시는 소를 잃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세상에 완벽한 외양간은 없다. 그랬다면 애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외양간만 고치는 게 아니라, 소를 잃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소가 외양간을 부수고 탈출했다면, 왜 탈출했는지, 먹이가 부족했는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등 다른 원인은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소가 외양간을 부수고 나가지 않을 이유를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찾았다면, 그 이유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진자로 소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책, <업스트림>은 문제의 원인 상류로 가기 위해 전략을 소개하며, 업스트림을 지향할 때 거대한 문제가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업스트림이 지향하는 건 시스템 변화다. 무엇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를 생각하고 어떻게를 생각해 문제 상류로 나아가는 것이다.


책은 시스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 사람들이 하류(downstream) 즉, 무엇(what)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무엇에만 집중하는 건 외양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눈에 바로 보이고, 해결했다는 느낌을 준다. 더 단단해진 외양간을 보면 다시는 소를 잃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소가 외양간을 부순 이유를 제거하지 않으면, 소는 언젠가 또다시 외양간을 부술 것이다. 외양간은 단단하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외양간을 부수다가 소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소가 외양간을 부수고 나갔건, 외양간을 부수고 죽었건 상관없이, 소가 왜 그렇게 했냐를 규명하는 게 최고의 문제 해결 방법일 것이다. 먹이가 부족했는지, 공간이 협소했는지, 곤충이 많았는지, 천적이 있었는지, 곁에 있던 소와 문제가 있었는지 등등 어떤 원인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업스트림적 사고다. 이는 더디고, 눈에 띄지 않으며,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과 환경 분석과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다시는 소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문제의 결과는 단일 원인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예로 들자. 이산화탄소 배출만 줄이면 기후변화가 해결될까? 다른 6대 종류 탄소는 배출해도 될까? 해양 플라스틱을 생각해 보자.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만 수거하고, 바닷속에 잠긴 플라스틱마 수거하면 해양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만 줄여서도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고,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한다고 해양 플라스틱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물론 모두 필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해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이미 뿜어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만이 아니라 메탄 등 온실가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해양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이미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원인을 살피고 제거하는 일이다.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고, 더 나아간다면 플라스틱 자체를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어차피 일어날 일 아닌가요?. 맞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지 말자고 해도 누군가는 버릴 것이다. 태평양 바다에 플라스틱이 없어진다고 해도, 대서양에서 누군가 버리고 있다면 파도를 타고 흘러 흘러 태평양까지 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스트림은 더디다. 인내가 필요하다. 내일 다시 쓰레기가 길가에 나뒹굴지언정, 내일 모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어차피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건 업스트림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요소다. 문제 불감증이다. 내일 다시 쓰레기가 버려질 게 아니라, 내일은 쓰레기가 없도록 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거대한 문제가 있다. 기후변화, 양극화, 경제불평등, 빈곤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이 문제들은 각개 격파가 되지 않는다. 각개 격파 할 수도 없다. 환경단체 혼자서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시민단체, 환경단체, 기업, 투자자, NGO, NPO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다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각자가 '내가 왜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고,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나누고 해결해 가야 한다. 물론 이때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더디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이 진짜 원인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편, 책에도 나와 있듯이 결국은 '돈'이 문제다. 외양간을 고치는 건 당장에 근사해 보이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기에 적절한 보상을 쉽게 줄 수 있다. 보통 모든 활동은 이러한 다운스트림에 집중된다. 플라스틱 수거량이 얼마나 되고, 버려진 농산물을 얼마나 재활용했는지 등을 측정하고 임팩트로 규정한다.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도록 얼마나 기여했는지, 또 농산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측정하는 것일 터다. 외양간만 고친 걸 임팩트라고 규정하고, 대가를 지불한다면 결국 계속 그 보상을 더 얻기 위해 외양간만 계속 고치는 효과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제시하는 코브라 효과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참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광범위한 접근이 모두 예방 차원, 즉 업스트림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어쩌면 거대한 문제들이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밑줄

- '선수들이 열심히 뛰다 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나는 이런 마음가짐을 '문제 불감증'이라고 부른다. 이는 부정적인 결과가 자연스럽게 불가피하다는 믿음이다.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무지하면 그걸 마치 날씨 대하듯 한다. 날씨가 나쁘면 다들 그냥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날씨가 이 모양인 걸.' (p.41)


- 문제 불감증은 우리가 연구하게 될 업스트림 사고를 방해하는 세 가지 장벽 중 첫 번째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문제 불감증은 엄청난 피해 앞에서도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p.41)


- 이는 본질적으로 레이 앤더슨이 직원들에게 요구한 것과 같다. '우리가 초래한 환경 파괴에 100퍼센트 책임이 있는 것처럼 얘기해 보자.' 그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보일러에 제어장치를 추가하고, 낡은 카펫을 녹여 재활용하고, 바다에서 나일론 그물을 건져 올리는 데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항상 존재해 왔지만 묻혀 있던 인과관계의 가닥이 표면화되는 것이다.(p.82)


- 포레스트의 질문은 복잡한 상황에서 필요 없는 소음을 걸러내는 데 도움을 준다. 연애에 문제가 있을 때, 자기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어떨까? 고용주가 직원의 건강 문제는 오롯이 자기 책임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교육구들이 고등학생들의 중퇴 문제가 전부 자기들 책임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런 질문을 던지면 무관심과 안일을 극복하고 무엇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싹트면서 말이다. '나는 이 문제를 고치기로 했다. 그게 내 의무여서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고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p.82)


- 빈민 지역에서 하버드에 입학한 아이를 칭찬하는 것은 사실 그 애가 맞선 역경에 감탄하는 행위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얘를 축하하면서도 우리가 그 애를 그런 환경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네가 성공하려면 에베레스트에 올라야 한다고 강요했고, 넌 해냈어! 축하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 같은 부자 동네에 사는 헤지펀드 사업가의 자녀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p.140)


- 업스트림 작업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줄이는 행위다. 그러므로 그 작업을 통해 결국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시스템은 확률의 원친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곧 우리를 지배하는 규칙이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다.(p.140)


- "금속을 우그러뜨리는 기계를 통과한 것 같은 몰골로 도착하는 자전거가 너무 많았다. 그로 인해 회사는 큰 손해를 봤고 고객들은 매우 짜증을 냈다." 해결책은? 그들은 평면 스크린 TV와 모양이 비슷한 상자를 만들어 거기에 평면 스크린 TV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인쇄했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타코 카르리르는 이렇게 말했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해 보니 상자 안에 귀중한 물건들이 들어 있는 것 같으면 택배기사들이 상자를 더 조심스럽게 다룰 것 같았다." 그 결과 물품이 파손되는 일은 70~80퍼센트까지 줄었다.(p.142~143)


- 시스템 변화는 용기의 불꽃에서 시작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동의 대의를 중심으로 뭉쳐서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불꽃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최종 단계는 시스템 내에서 변화를 일으켜 용기를 낼 필요를 없애고 그걸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공은 개인의 열정이나 영웅심에서 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옳은 일이 일어날 때 찾아온다.(p.149)


- "얘기를 하거나 강의를 해서 가르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실제로 사람을 만나 교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p.175)


- 스티븐슨은 2018년 '포춘 CEO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더 건강한 공동체, 더 건강한 사회, 더 건강한 국가, 결국 더 건강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에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면, 그러니까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단절시키면 이런 문제들이 지속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그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납득하게 됐다."(p.179)


- 물론 가까이 있다고 해서 발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건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업스트림적인 변화는 머뭇머뭇 앞으로 나아가며 무엇이 효과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알아내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런 맥락에서 보면 패배도 사실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를 찾아다니면서 뭔가를 배울 때마다 지도의 빠진 조각을 하나씩 채워나가게 되기 때문이다.(p.179)


- 시스템 사고를 위한 출발점은 다음과 같다. '어떤 2차 효과가 발생할 것 같은가?' 즉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다면 살마들은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사람들은 종이봉투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가져오거나, 물건을 손에 들고 갈 것이다.(p.242)


- "시스템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설계나 재설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놀라움이 없는 세상으로 확실하게 전진할 수는 없지만, 놀라운 일들을 예상하고 거기서 교훈, 그리고 심지어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 시스템을 통제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시스템과 함께 춤을 출 수는 있다!"(p.245)


- 파병의 고통은 트리샤 디알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디알은 고통을 완화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업스트림적 사고방식이다. 미리 생각을 해두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고,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그 영향을 무디게 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학부모와 정치인과 연구진은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물었다. 익스피디아 경영진은 어떻게 하면 고객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물었다. 시카고 공립학교의 행정가와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물었다.(p.300)


- 중대한 문제를 생각할 때는 큰 숫자와 씨름할 수박에 없다. 1천 명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데? 1천 명에게 개별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그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개별적으로 일을 해나간 적이 얼마나 많은지 주목하라. (중략) 한 사람을 돕는 방법을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1천 명, 1백만 명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기 전에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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