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대표단체로서 중증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대하여 정신질환자를 위험한 집단으로 치부하여 격리하려는 접근에 반대한다.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여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일부 중증 정신질환에서 망상이나 환각 증상으로 인해 현실판단능력이 손상된 경우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한 치료 및 재활 제도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조현병회복협회,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가 의견을 수렴하여 2023년 8월 9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중증의 정신질환이라면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주도해서 관리하고 책임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정신건강복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예산 배정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간절히 호소한 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깊이 공감하며 이를 지지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023년 8월 6일 발표한 중증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대한 대국민 성명서를 통해 중증 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를 위해 본 성명서를 통해 주요 정책을 알리고자 한다.
정신질환자는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우리는 정신질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필요한 때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권적 치료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입원이 반드시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위한 국민안심입원제도는 다른 인권적 치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보완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입원은 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의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적절한 제도를 통해 인권과 치료를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가족이 나서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켜야 하는 제도는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며 가족에게 너무나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이미 폐지된 제도다. 정신질환자의 치료 책임을 더 이상 가족에게 지울 수 없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크나큰 고통이며, 가족과 환자 사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등 가족 구조의 변화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 유지의 책임을 가족에게 부과하는 것은 이제 현실과 맞지 않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대체의사결정자에 의한 강제입원제도에 해당하며, 따라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비자의 입원 및 치료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공신력을 보장받은 비자의 입원 심사기구가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보호자에 의한 정신질환자 입원 제도를 폐지하고, 국가가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 또는 정신건강심판원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이러한 제도를 시행 중인 국가에서는 이를 책임지는 판사는 로테이션을 하지 않고 장기간 직무를 수행하여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며 환자 보호를 위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 왔음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신건강심판원과 같은 독립된 심사기구의 설립을 통한 해결 방안 또한 중요한 대안의 하나로 함께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60명의 입원환자를 한꺼번에 담당하는 후진적 시스템에서는 그 어떤 좋은 제도도 작동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는 국민안심입원제도를 포함한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와 법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형 국민안심입원제도의 모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범부처협력과 함께 현장의 문제가 편견 없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셋째, 환자 이송과 정신응급체계를 제대로 확대구축해야 하며, 증상이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전에 조기발견이 가능한 치료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더 이상 정신질환자의 응급 후송과 비자의 입원의 부담을 가족에게만 지워서는 안 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