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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 Apr 18. 2020

[1월] 독립출판, 콘텐츠가 없는데요

컨셉이 독특했던 독립출판들을 소개합니다

고백해야겠다. 나는 엄청난 수다쟁이다. 애초에 독립출판도 남에게 말하고 싶어 죽겠는데 부끄러워서 모으고 모아둔 나의 감정들과 일화들에 대한 내용들을 말하기 위해 결심한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나만의 대나무숲이겠다. 그래서 나는 글쓰는 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몇 년 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장들에 조금씩 적어왔고, 뼈대에 살을 붙이는 건 금방이었다.


나같은 수다쟁이들도 물론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독립출판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독립출판을 마치고 조금 아쉬웠던 건, 뾰족한 컨셉이 없었다는 것이다. 에세이도 물론 좋지만 좀더 특이한 컨셉이었더라면 눈에 좀더 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물론 첫 출판이었던 만큼 자기만족의 측면이 커서, 매출에 대한 아쉬움이 크진 않다. 다만 다음 책은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으면 재밌긴 하겠다, 하는 마음일 뿐.) 그런 사람들을 위해 컨셉이 독특했던 몇 가지의 책들을 소개해본다. 



1. 도쿄규림일기 (김규림 저)



독립출판계의 라이징 스타, 김규림 님의 책. 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로 일하시던 김규림 님은 배달의민족 장인성 님의 <마케터의 일>을 본 사람들이라면 낯익을 수도 있겠다. 일러스트 작가가 김규림 님이기 때문이다.


장인성, <마케터의 일>


이 책은 도쿄에서 보낸 2주간의 여행을 사진 대신 그림일기로 기록한 내용이다. 손그림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것이 사랑스럽다. 처음엔 출판 생각 없이 원래 갖고 계시던 그림일기를 내가 참가했던 스토리지북앤필름 독립출판 워크샵에서 엮으신 거라고. 동료들이 하자고 해서 얼결에 했는데, 급하게 출판을 준비하다 보니 새로운 걸 만들기보단 원래 있던 걸 스캔하고 정리해서 내셨다고 한다.

최근 <문구인 일지>를 출간하시고 영등포롯데갤러리에서 <규림문방구> 전시를 진행 중이시다. 배민은 퇴사하신 걸로 알고 있다. 콘텐츠만으로 먹고 사는 삶, 모두의 꿈 아니냐구요... 부럽습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다시 펜을 잡고 열심히 그리고 쓰는 중.





2.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 (남하 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쓴 연애편지 50통을 엮은 책. 정말 대단히 다정하고 그 시절 풋풋한 손편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걸 쓴 아버지와 한 장 한 장 모두 모아놓으신 어머니, 그리고 그걸 엮은 딸들. 그 가족의 모습이 상상돼 계속 미소를 짓게 된다. 뭐든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1986年 4月 11日 /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순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삶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 어떤 모습으로 이별을 맞이할는지. 서로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와 기쁨을 지니고 만났으매 만남 자체는 아쉬움이 있을 수 없으나 훗날 어떤 이유로서 이별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상심한 시간들이 될는지 생각하기조차 싫은 모습니다. 글쎄 하필이면 서두부터 이런 말로 시작했을까. 지금도 널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3.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브로드컬리 저)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다 읽어버린 책. 매거진 B에서 펴낸 <잡스 - 에디터>에 인터뷰가 담기기도 한 브로드컬리의 시리즈물이다. 1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부터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에 이은 다섯 번째 책이다. 요즘 퇴사가 트렌드(?)지만 대책 없는 퇴사를 권하는 건 참 무책임하다 느낀다. 그런 환상이 아니라 가게를 만드는 데 정말 얼마나 들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적나라하게 쓴 책이다. 


3년이 기준인 이유는 건물 재계약이 보통 2년에 한 번이기 때문에 계속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개인적으로 표지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딱 보면 무슨 내용을 말하려는지 알겠고, 그리고 그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펼치게 된다.





독립출판의 핵심은 진솔함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독립출판 장르는 에세이나 인터뷰 등 현실에 대한 기록, 그리고 내 생각들이 중심이 되고, 그래서 익명으로 출판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거창한 내용일 필요는 없다. 문득문득 든 생각들, 끼적여본 그림, 연애편지, 지인과의 인터뷰도 다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걸 가공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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