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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톨 Jun 20. 2020

왜 소셜 미디어는 커머스로 넘어가려는 걸까?

사진 매체의 설득력은 대단하다

페이스북이 5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연동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인 ‘페이스북 샵​’, ‘인스타그램 샵’을 미국에서 출시하며 이커머스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기존에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수동적인 구매 페이지 링크만 제공했다면, 이제는 페이스북 내에서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유사한 느낌도 있고, 카페24와 유사한 느낌도 있다. 페이스북 샵의 장점을 하나씩 살펴보자.


페이스북 샵
인스타그램 샵


1) 통일된 브랜딩

페이스북 샵은 커버 이미지나 색상 등을 커스터마이징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장해줄 수 있다. 기존 홈페이지와도 당연히 연동되고, 멤버십도 연동 가능하다. 최근 아마존에서 나이키, 디즈니 등이 빠지고 홈페이지에서의 판매를 통해 D2C(Direct to Customer)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통일된 브랜딩을 위해서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명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사용자들도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고, 규모가 작은 브랜드들(소상공인이라고도 불리는 Small Business)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다. 카페24, 쇼피파이처럼 글로벌 쇼핑몰 솔루션들과도 손을 잡았다.


컬러나 이미지를 설정할 수 있다


2) 홍보에서 구매까지 한 번에

기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광고를 통해 유입되는 유저들을 별도로 로그인하는 과정 없이 페이스북으로 자연스럽게 로그인하여 제품을 구경하고, 장바구니에 담거나 구매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발견 - 구경 - 구매 - 소통까지의 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원래는 별도의 홈페이지나 앱으로 이동했는데 구매 단계가 줄어드니 앱을 이탈할 확률이 감소하고 구매 확률은 늘어날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체 페이먼트 솔루션인 페이스북 페이와 인스타그램 체크아웃 등을 통해 결제까지 인앱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좌측 스크린샷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

페이스북은 메신저, 왓츠앱,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등 소통 매체가 많다. 이를 통해 고객과 손쉽게 소통하며 CS를 제공하고, 배송 상품 트래킹 솔루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라이브 커머스로도 진출했다. 아직은 실험 단계이지만 제대로 킥오프되면 고객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텍스트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온라인 상의 텍스트로는 표현이 어려운 것들도 동영상으로는 가능하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라이브 커머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까? 명분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지만, 우리 모두 그것보다는 큰 그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조금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페이스북의 커머스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번 팬데믹이 호재로 작용한 아마존은 계속 성장해가는데, 광고 수익이 대부분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광고주들이 광고를 줄일 수도 있는 위협에 노출되었다. 1분기 수익​은 나름 선방했지만 (전 분기 대비 수익은 감소했으나 원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신정 등이 끼어있는 4분기는 1년 중 가장 수익이 높은 분기이다) 코로나 사태는 계속 장기화되고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이커머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페이스북도 합류한 것뿐이다. 애초에 광고 데이터가 있으니, 구매 단계까지 통합해버린 셈이다.

페이스북의 2020년 1분기 광고 수입.


핀터레스트 역시 본격적으로 샵을 시작한다. 핀터레스트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사진 기반의 SNS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핀 Pin’하여 저장할 수 있고, 이런 핀들을 모은 폴더 격인 ‘보드’를 형성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보드와 비슷한 분위기나 스타일의 사진을 척척 추천해주는 똑똑한 알고리즘 덕분에 디자이너들에게도 레퍼런스 찾는 용도로 사랑받는 플랫폼이다. 그런 핀터레스트가 지난 4월, 검색 시 “샵” 탭​을 새로 추가했다. 핀터레스트가 커머스에 진출한 것은 2018년이지만, 예전에는 검색 결과의 일부만이 구매 가능한 핀(‘프로덕트 핀 Product Pin’)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이를 분리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네이버 쇼핑 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뿐만 아니라 핀터레스트 사용자가 구매 가능한 핀이 있는 보드를 클릭하면, 그 보드 내에서도 쇼핑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애초에 검색한 제품 외에도 그와 유사한 제품들을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정교한 추천을 바탕으로 한 프로덕트 핀들은 이러한 뜻밖의 발견들을 구매로 변신시킨다. 이것이 핀터레스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아직까지는 핀터레스트 내부에 카탈로그를 형성하고 이미지를 업로드해야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이케아, 타깃, 월마트 등 대기업 위주로 입점하고 있으나 곧 입점 방법을 설명하는 비디오, 웨비나 등을 통해 접근성을 키울 것이라고 한다.



프로덕트 핀은 이미 핀터레스트의 효자 상품이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그 수가 2.5배 증가하였고 리테일의 트래픽 역시 2.3배 증가하였다. 핀터레스트의 쇼핑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들 역시 전년 대비 44%나 늘었다. 게다가 핀터레스트 검색어의 97%는 브랜드명이 빠져있다. 딱히 브랜드를 정해놓지 않고 두리뭉실한 검색을 한다는 것이다. 제품력이 좋지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들에게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커머스도 콘텐츠를 기본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의 쇼핑몰 통합 플랫폼인 지그재그가 있겠다. 지그재그는 선호하는 옷 스타일, 연령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존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16개로 나누고, 이를 쇼핑몰과 매칭하였다. 유입이 적으면 자동으로 상품을 교체한다. 지그재그 앱의 첫 페이지는 광고인데, 소비자들에겐 콘텐츠로 인식될 뿐, 광고라는 자각이 적은 편이다.

지그재그의 평균 체류 시간은 16분, 하루 평균 접속 횟수는 5회에 달한다. 수시로 들어오면서 옷을 구경한다는 것이다. 광고라고 해도 옷은 늘 보기 즐겁다.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커머스화했고, 지그재그는 커머스를 콘텐츠화했다. 어찌 됐든 눈에만 즐겁다면 사용자는 기꺼이 볼 의향이 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추구의 플롯’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인공이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돌아다니는 추구의 플롯에서는 결국 “주인공이 결말에 이르러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p.22, 문학동네) 분명 주인공은 그 깨달음을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위의 책, p.22)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카탈로그를 넘겨보는 듯한 핀터레스트 UX


나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커머스가 바로 이러한 ‘뜻밖의 사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는 온라인에서의 쇼윈도이고 홈쇼핑이고 카탈로그이다. 원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추천해주는 묘한 알고리즘의 설득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그릇을 구경했는데, 계획에도 없던 가구를 구매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텍스트로 읽은 정보조차 90%를 이미지로 기억한다고 한다. 그만큼 시각적인 자료는 생생하고, 빠르고,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 아마존은 빠른 유통망과 이성적인 최적화를 앞세우지만, 때로는 이런 비이성적인 충동구매가 더 강력하기도 하다.


결국 IT 업계의 마지막 종착지는 커머스일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마존은 광고하고, 페이스북은 커머스하면서 서로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커머스든, 콘텐츠든 텍스트의 검색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검색이다. 아마존도, 구글도, 페이스북도, 핀터레스트도 콘텐츠와 커머스 모두 잡으려는 이유이다. 셀러들을 끌어들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모으기 위해서 그들은 계속해서 더욱 간편한 UX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 개발에 몰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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