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유목민 : 내 님은 어디에....
직장인의 체력이란 모름지기 2보 후퇴를 위한 1보 전진. 20대 중반인 어린 나이에도 벌써 체력이 닳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게 느껴져서 여러 운동을 시도했더랬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쉽고 빠르게 질리는 성격이라 운동도 참 이것저것 해봤다. 이런 내가 그래도 꾸준히 할 정도로 재밌다고 생각한 운동들이다. 언제까지나 운동은 개인 취향이고, 개인의 체력과 운동이 필요한 부위에 따라 다른 운동을 선택해서 하면 좋겠다.
나의 성향은 1) 성격이 급한 편이어서 짧고 굵고 빡세게 끝나는, 하고 나면 땀 흘릴 정도 강도의 운동을 좋아함 2) 낯을 가려서 사람 : 사람으로 함께 하는 운동 부끄러워함 3) 의지가 박약해 운동 장소까지 찾아가는 운동에 번번이 실패함. 감안해서 보시죠.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사내 헬스장에서 점심마다 너무나 재밌게 했던 스피닝. 빠르게 자전거를 타면서 상체로 안무를 하는 전신운동이다. 땀을 아주 쏙 빼고 나올 수 있는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으로, 다리 외에도 엉덩이를 떼고 타야 하기 때문에 코어, 몸을 지탱하고 일어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팔근육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게다가 주로 GX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처럼 트레이너나 다른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대부분 어둑하기 때문에 서로 잘 보이지도 않고, 대부분 모두들 자기 코가 석자라서 남에게 신경을 잘 안 쓰는 편.
여기서 꿀팁은 둘째 줄쯤 앉는 것이다. 첫째 줄은 보통 오래 운동하신 기존 멤버(라 쓰고 고인물이라 읽는다)들이 앉는데, 이 분들의 동작이 굉장히 정확한 편이다. 트레이너 분들은 보통 다음 동작을 가르쳐 주시면서 타기 때문에 일부 동작을 스킵하기도 하신다. 초보자가 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동작 반복이 많아 금방 습득하기가 좋다.
처음 가면 트레이너에게 간단한 OT를 해달라고 부탁하자. 기본자세 정도를 잡아주신다. 초보자들은 보통 처음에 박자에 맞게 스핀하는 것도 버거워하기 때문에 본인 페이스에 맞춰 하체만 하다가 상체 동작도 조금씩 따라 하면 된다. 다들 스피닝 삼매경이라 중간에 누가 가도 신경 안 씀.
나는 무슨 운동이든 음악과 함께 해야 잡념이 없어지고 몰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아주 재밌게 했다. 30분 짧고 굵게 운동한 후 샤워하고 도시락 받아서 사무실 올라가면 딱 좋았는데… 코로나….
추천하는 사람 : 음악에 과몰입하는 사람, 퇴근 후 잠깐이라도 신나게 놀듯이 운동하고 싶은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근력운동이 더 필요한 사람, 춤추는 건 어둠 속에서라도 부끄러운 사람
런치 클래스로 새로 개설됐던 뮤직 복싱. 말이 복싱이지, 나는 근력이 부족해서인지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ㅎㅎ 기본적인 잽, 어퍼 등의 동작을 조합해 12박자 정도로 루틴을 만들어 음악에 맞추어 하는 동작인데, 동작의 완성도에 집중하기보다는 힘껏 팔을 휘둘러 줘야 한다. 거기다가 계속 통통 튀듯이 점프해야 해서 다리 운동까지 제대로. 다음날 되면 팔이 저릴 정도였다.
가끔 뇌정지가 와서 두 팔을 동시에 뻗는 등(…) 부끄러운 모먼트가 있었는데 불을 환하게 키고 하니 정말 민망하다. 스텝을 놓치면 다음 루틴이 시작될 때까지 머쓱하게 서있어야 함… GX로 진행하는데 가끔 선생님께서 돌아다니면서 미트 대주실 때가 있었다. 땀범벅이 된 붉어진 얼굴로 미트 치기란 굉장히 부끄러웠음. 나처럼 낯가리는 사람들에겐 스피닝보다 조금 더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점심에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회사에 노파데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진짜 이런 신세계가 없다. 지난 내 삶은 거짓이었어…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좀 허무해졌다. 다들 노파데 하세요 (노파데 홍보대사)
추천하는 사람 : 상체를 조지고 싶은 사람, 스피닝보다 격한 유산소를 원하는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낯 가리는 사람….
이건 대학생 때 집 근처 + 기숙사에서 조금 하던 조합. 고3 끝나고 바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처음 하니까 뭣도 모르고 하면 다치겠다 싶어 잠깐 PT를 했었다. 내가 갔던 헬스장이 그냥 그랬던 건지, 원래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PT 영업이 심했다. 그리고 괜히 자의식 과잉 돼서 누가 운동하는 나를 본다는 생각에 너무 민망해서 오래 하지 못했음…
그런데 일단 어쨌든 PT를 해놓으면 기본 동작의 바른 자세는 제대로 배울 수 있다. 특히 나는 수험 생활을 마치고 코어가 많이 약한 상태였는데 데드리프트 같은 허리 강화 운동은 자칫하면 다칠 수 있기에 전문가가 봐주면 좋다. 유튜브로는 한계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최고의 헬스장은 집에서 무조건 가까운 헬스장이다. 그러면 사실 집 가서 씻으면 되니까 샤워시설도 필요 없음. 나는 여기에 GX 프로그램도 확인하고 등록한다. 대부분 스피닝 정도는 있다.
추천하는 사람 : 맨손운동 + 웨이트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헬스장까지도 가기 귀찮은 사람, 사람들 사이에서 운동하는 게 민망한 사람
회사 동기들 사이에 최근 유행하면서 코빼기만 조금 비춰본 운동. 실내 암벽장에 가서 오르면 되는데, 밧줄 연결 같은 거 없이 그냥 오르면 된다. 초크를 손에 바르고 같은 색 돌만을 사용해 맨 위엣돌을 두 손으로 잡고 3초 버티면 그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아랫쪽에 알록달록한 테이프가 색깔별로 두 개씩 붙어 있는데, 색상은 문제의 난이도를 의미하며 그 두 개는 왼손 오른손이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팔운동, 코어운동, 다리운동 모두 자극되는 훌륭한 전신운동에 팔만으로 매달리다 보니 허리를 늘려줘 오래 앉아 있어 허리가 불편한 직장인들에게도 좋은 운동. 하루권은 보통 2만원 정도에 신발을 대여해주고, 옷은 가져가야 한다. 초크는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해보고 맘에 들면 그 때 정기권을 끊어도 된다. 벽에 달린 돌(‘홀드’)의 위치는 보통 주 단위로 바뀐다.
한 사람이 오르고 있으면 매트 밑에 내려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제한되어 있다. 직접 해보니까 2시간 하면 한 30분 오르고 나머지는 친구들이나 옆 사람들을 구경하게 된다. 그래서 내 성격에는 조금 안 맞았음… 나는 빨리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은데 대기하는 시간이 꽤 있었다. (물론 팔이 아파 조금 회복 시간을 주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쓰겠지만… 괜히 내가 민망해진다. 밑에 있다 보면 주변 분들을 열심히 구경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도 나를 구경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자연스럽게 옆 사람들이 조언을 주기도 하고, 고수들을 보고 따라하기도 하는 이런 인터랙션이 나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퇴근 후에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달까…. 조언을 해주시면 꼭 해내야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면 괜히 주눅들고 민망하고….
추천하는 사람 : 성취감 느끼는 운동이 하고 싶은 사람, 허리/코어/상체 발달시키고 싶은 사람, 친구들과 함께하는 운동이 하고 싶은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낯가리는 사람 (ㅠㅠ)
혼자 하는 운동 좋아하고, 멀리까지 가는 거 귀찮아하는 내가 그래도 즐겨하는 운동. 운동화만 신고 집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 곳이 내 헬스장이다.
나는 애플워치가 있어서 워치로 나이키 런 클럽 앱 NRC(Nike Run Club) 앱을 틀고 뛴다. 러닝 앱 중에서 제일 인기가 많아 보이는데, 속도나 거리도 측정해주지만 코치들의 오디오가 있어 인터벌 러닝을 코칭해주거나 응원해주는 말을 해주곤 한다.
나는 혼자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만 또 아예 혼자 해버리면 2km도 안 뛰고 들어가 버리곤 하는데 오디오를 들으면서 하면 나를 잘 어르고 달래서 끝까지 뛰게 해주신다. ㅎㅎ 열심히 뛰면 앱 사용 빈도나 거리, 시간 등으로 뱃지도 획득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하기 힘들었지만 퇴근 후 밤바람을 맞으며 뛰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더라.
추천하는 사람 : 헬스장까지도 가기 귀찮은 사람, 성취감 드는 운동 좋아하는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무릎이 약한 사람은 주의하는 게 좋다.
내가 대학교 2–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꾸준하게 하는 운동이자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선택하고 있는 운동. 주로 홈트는 세 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을 텐데, 1) 스트레칭, 2) 근력 운동, 3) 유산소 운동이다. 기본적으로 요가 매트가 있으면 좋다. 보통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하기 때문에 아이패드나 TV가 있으면 편하다.
스트레칭은 폼롤러, 밴드 등의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고 맨몸으로 해도 좋다. 앉아 있느라 찌그러져 있던 어깨를 펴주거나, 골반을 맞춰주고, 다리를 찢어주는 운동들이다. 폼롤러는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 현대인의 빛과 소금 되시겠다. (추천 유튜버 : 차분한 목소리로 온몸을 조지는 소미핏)
근력 운동은 아령이나 없다면 500ml짜리 물병을 써줘도 좋다. 헬스장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다양하게 맨손 운동을 할 수 있다. (추천 유튜버 : 항상 방실방실 웃으시는 비타민신지니, 복근 챌린지로 유명한 Chloe Ting)
유산소 운동은 타바타 같은 본격적인 운동도 있겠지만 나는 춤추는 동작을 선호한다. 조금이라도 더 재밌어야 하기 되니까. (추천 유튜버 : 한국 노래가 많아 편안한 조싀앤바믜, 박나래 운동으로 유명해진 Fitness Marshall)
집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재즈 틀어놓고 불 어둡게 하고 캔들을 켜놓고 요가매트에서 차례대로 폼롤러 15분, 근력 30분, 유산소 15분, +a 쿨다운 하는 게 내 요즘 낙이다. 근육을 하나하나 체크해가면서 꾹꾹 누르고 푸는 것이 몹시 즐겁다.
추천하는 사람 : 혼자 하는 운동이 좋은 사람, 운동해야지 생각 들 때 바로 하는 게 좋은 사람
비추천하는 사람 : 집에서 하면 잘 안 하게 되는 사람
이렇게 나의 길었던 운동기가 마무리된다. 이 외에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운동으로는 성인 발레, 필라테스, 수영, 플라잉요가, 폴댄싱, 탄츠플레이 등이 있었다. 코로나가 빨리 다시 진정되어야 뭐라도 제대로 하겠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소규모 및 1:1로 진행하는 곳도 있더라.
요즘 참 재밌는 운동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예산이나 본인 성향에 맞추어 해야 뭐든 꾸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몸매뿐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해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니 꼭 반려운동 하나 정도 찾으실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