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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베 May 13. 2016

책과 다시 친해지기

스마트폰에서 다시 책으로

평소 보고 싶어 하면 보여주던 동영상을 단번에 끊었다. 핸드폰만 보면 집어 들고 어? 이러면서 나의 동의를 구하는 표정! "이제 동영상은 안돼요!" 하면 고개를 푸~~ 욱 숙이고 눈을 위로 뜨면서 풀 죽은 표정을 하거나 울고불고 난리 난리! "그래도 안돼요!" 하면 주저앉아 더 큰 소리로 운다. 남편한테 오는 전화도 숨겨 놓느라 못 받고 아주 잠깐 컴퓨터 앞에라도 서있으면 "뚜뚜~~~ 뚜뚜~~~~" 이런다. ㅡㅡ;;; 전 같으면 뭐 보고 싶은데? 이랬을 거였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울고불고 그래도 소용없다!


첫날은 동영상을 안 보여 주는 대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밖에 나가서 정말 열심히 놀아줬다.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문에 들어오는 순간 울만큼.


기차구경하러 가서는 좋다고 환하게 웃는다.


혹시라도 기차가 올까 저렇게 앞뒤로 살피고 있다.


저렇게 탈 것에 몰입하는 아이!


들어와서는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실컷 장난치고 같이 놀고 저녁부터 슬슬 책들을 주변에 늘어놓았다. 


"와! 이것 봐 재미있겠지?"


책을 펼치면서 구연동화 저리 가라 책을 읽어 보이면 슬쩍 와서는 그림 보고 관심 주는 척하다가 금방 다른 장난감으로 눈 돌리고 그러면 아랑곳하지 않고 난 계속 책을 열심히 읽는다. 귀는 열어 놓고 노는지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내가 읽는 소리에 중간중간 반응하면서 왔다 또 갔다 계속 반복이다. 


열심히 놀고 있다가도 중간중간에 "우리! 쥐돌이 같이 깨워 볼까?"라든지 "우리! 곰곰 이랑 놀아줄까?"라든지 "와! 이것 봐 재미있겠지?" 이런 식으로 슬쩍슬쩍 계속 책을 디밀었다.  


잠깐 보고 또 딴짓하러 가고 잠깐 보고 또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고 이러기를 반복! 잠자기 전에 침대에 책을 늘어놓고 좋아하든 말든 또 생쇼를 하면서 읽어주니 반응을 보인다. 첫날은 이 정도 하고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장 앞에 털썩 앉더니 책 몇 권 슬쩍 들쳐 보고 다른 장난감으로 손이 간다. 이것저것 챙겨 먹이고 본격 적으로 주변에 책을 늘어놓고 진심으로 하루 종일 60권 정도 3~4번은 돌아가면서 읽어 준 것 같다. 몇 권을 읽어준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새로 산 책들 중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그렇게 읽어준 거니까! 


스마트폰 대신 책을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어 준 보람이 있었는지 책에 몇몇 부분은 기억하고 같은 액션을 취하는 거다!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는 장면을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액션을 취해주었는데 그 부분을 읽어 주니 따라 하는 거다! 아멘~~~  


그 순간 또 필 받아서 열심히 읽고 또 읽고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고 난 그저 읽어 주는 것이 다였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다 그래도 우리 딸이 좋아하는 책들로 20권을 골라서 늘어놓고 같이 보기 시작했다. 글씨도 몇 개 없는 날씨에 관한 책인데 더운 여름 늘어진 강아지를 보더니 발까지 동동 구르면서 웃는 거다. 계속 그 페이지만 나오면 웃고 또 웃고 그러더니 자기 혼자 책들을 한 권 한 권 쭈~~ 욱 본다. 난 옆에서 진짜 열심히 추임새 넣고 맞장구쳐주고 했는데 원숭이가 아가를 안고 있는 장면에서는 나를 꼭 안아주는 거다. 우리 딸이~! 너무 좋아서 나도 꼬옥 안아줬다. 나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나? 딸의 반응에 너무 좋아서 내일은 더 열심히 목청 터져라 책을 읽어 줄 생각이다.


책을 보다가 옆에서 장난도 치고 놀다 잠드는 아이를 보니 나 이 짓 계속해도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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