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다시 책으로
평소 보고 싶어 하면 보여주던 동영상을 단번에 끊었다. 핸드폰만 보면 집어 들고 어? 이러면서 나의 동의를 구하는 표정! "이제 동영상은 안돼요!" 하면 고개를 푸~~ 욱 숙이고 눈을 위로 뜨면서 풀 죽은 표정을 하거나 울고불고 난리 난리! "그래도 안돼요!" 하면 주저앉아 더 큰 소리로 운다. 남편한테 오는 전화도 숨겨 놓느라 못 받고 아주 잠깐 컴퓨터 앞에라도 서있으면 "뚜뚜~~~ 뚜뚜~~~~" 이런다. ㅡㅡ;;; 전 같으면 뭐 보고 싶은데? 이랬을 거였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울고불고 그래도 소용없다!
첫날은 동영상을 안 보여 주는 대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밖에 나가서 정말 열심히 놀아줬다.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문에 들어오는 순간 울만큼.
들어와서는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실컷 장난치고 같이 놀고 저녁부터 슬슬 책들을 주변에 늘어놓았다.
"와! 이것 봐 재미있겠지?"
책을 펼치면서 구연동화 저리 가라 책을 읽어 보이면 슬쩍 와서는 그림 보고 관심 주는 척하다가 금방 다른 장난감으로 눈 돌리고 그러면 아랑곳하지 않고 난 계속 책을 열심히 읽는다. 귀는 열어 놓고 노는지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내가 읽는 소리에 중간중간 반응하면서 왔다 또 갔다 계속 반복이다.
열심히 놀고 있다가도 중간중간에 "우리! 쥐돌이 같이 깨워 볼까?"라든지 "우리! 곰곰 이랑 놀아줄까?"라든지 "와! 이것 봐 재미있겠지?" 이런 식으로 슬쩍슬쩍 계속 책을 디밀었다.
잠깐 보고 또 딴짓하러 가고 잠깐 보고 또 다른 장난감 가지고 놀고 이러기를 반복! 잠자기 전에 침대에 책을 늘어놓고 좋아하든 말든 또 생쇼를 하면서 읽어주니 반응을 보인다. 첫날은 이 정도 하고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장 앞에 털썩 앉더니 책 몇 권 슬쩍 들쳐 보고 다른 장난감으로 손이 간다. 이것저것 챙겨 먹이고 본격 적으로 주변에 책을 늘어놓고 진심으로 하루 종일 60권 정도 3~4번은 돌아가면서 읽어 준 것 같다. 몇 권을 읽어준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새로 산 책들 중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려고 그렇게 읽어준 거니까!
그렇게 읽어 준 보람이 있었는지 책에 몇몇 부분은 기억하고 같은 액션을 취하는 거다!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는 장면을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액션을 취해주었는데 그 부분을 읽어 주니 따라 하는 거다! 아멘~~~
그 순간 또 필 받아서 열심히 읽고 또 읽고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고 난 그저 읽어 주는 것이 다였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다 그래도 우리 딸이 좋아하는 책들로 20권을 골라서 늘어놓고 같이 보기 시작했다. 글씨도 몇 개 없는 날씨에 관한 책인데 더운 여름 늘어진 강아지를 보더니 발까지 동동 구르면서 웃는 거다. 계속 그 페이지만 나오면 웃고 또 웃고 그러더니 자기 혼자 책들을 한 권 한 권 쭈~~ 욱 본다. 난 옆에서 진짜 열심히 추임새 넣고 맞장구쳐주고 했는데 원숭이가 아가를 안고 있는 장면에서는 나를 꼭 안아주는 거다. 우리 딸이~! 너무 좋아서 나도 꼬옥 안아줬다. 나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나? 딸의 반응에 너무 좋아서 내일은 더 열심히 목청 터져라 책을 읽어 줄 생각이다.
책을 보다가 옆에서 장난도 치고 놀다 잠드는 아이를 보니 나 이 짓 계속해도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