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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미 Oct 18. 2019

월요일


모든 하루가 월요일 같았다.

시작만 잔뜩 있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끝은 없었고

시작된 일들만 즐비하게 늘어진 날들이었다.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 일요일 밤이 우울하듯

늘 불안하고 초조했다.

죽기보다도 싫던 월요일 아침이 밝으면

"또 5일을 어떻게 버티나, 아니야 5일만 버티자."

하며 나를 다독이곤 했는데

그게 내 삶의 모습이었다.


"또 어떻게 버티나, 아니야. 버티다 보면 살아지겠지."

금요일 저녁같이 들뜬 삶을 살면 좋겠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바라지도 못한 채,

내가 살아있어도 되는 이유,

내가 살아있기를 잘했다고 위안이 되는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매일 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들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에는

무응답도 응답이다 라는 꽤나 종교적인 말을 중얼거리며

묵묵히 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따금씩 있는 즐거운 하루의 끝에는

"하루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을 길게 길게 펴고 싶다."

하고 꼼지락 대기도 했다.


목적도 이유도 하루에 대한 애정도 없지만

열심히 돈을 벌고

미래를 비축하는 보통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비축한 미래는 또 가난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반짝이는 것이 삶에 들어오는 날엔

빨리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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