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9 수요일 <괜찮아, 사람이야>
"사람답게 살자"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 더불어 본인이 자주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람 노릇하고 살기 힘들다"
이 말은 원 플러스 원 행사상품처럼 위 말을 꾸며주는 부록 같은 녀석이다.
한 번은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어째서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말 어째서일까?
난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사람 구실 하며 살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학창 시절 끝인 줄만 알았던 공부는 나이를 거듭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려면 열심히 일해 정당한 돈을 벌어야 하고(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함정),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건강하기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그렇게 몸까지 가꾸다 보면 정신 건강을 위해 취미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갖춰가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갖춰야 하는지 깨달으며 불완전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결핍을 깨닫고 완벽을 향해 불완전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것.
끊임없이 쇄신하는 것.
오늘 하루 나는 어떤 결핍에 또 시달렸는가, 생각해본다.
아, 핸드폰이라는 결핍에 시달렸다. 엄밀히 말하면 사과 폰 결핍이란 현실에 허우적 댔다.
똑같은 기계에 사과 하나 그려진 게 대수라고, 얼마 전부터 그것에 그렇게 꽂혀서는 결국 사과 폰을 구매했다.
이것으로 내 결핍을 채웠는지 생각해보면, 내 대답은 "아니"다.
그럼에도 괜스레 그 구매가에 상응하는 설렘과 기대는 채워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떤 핸드폰을 쓰든 내 하루가, 내 결핍이, 내 사람 구실이 완성될 수는 없지만 내 하루의 소소한 환기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그 정도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하며 구매를 정당화해본다.
요새 가장 많이 되뇌는 말은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온갖 강박증에 편집증에 시달리는 나 자신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서 하게 된 말이다.
"이런 나, 꽤나 멋져!"
자유로워진 나 자신 듬뿍 사랑해주기.
아무렴 어떤가, 오늘 하루 망했어도 내일은 다르게 시작할 수 있고 이런 나를 위해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야말로 괜찮아,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