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싶다
글을 안 올린지 오래 됐다.
정확하게는 쓰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완성 시키지 못한 것들이 쌓여있다.
이런 방치된 브런치에도 좋아요는 쌓인다.
지금 쓰는 글은 뭐가 됐든 완성 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어릴때엔 겨울만 좋아했다.
봄은 벌레가 많아져서 별로고, 여름은 더워서 싫고, 가을은 딱히 좋아할 이유가 없어서 안 좋아했고
겨울만, 눈이 오고 추워지고 (나는 어느 정도 추운 것을 즐긴다.), 코끝에 스미는 겨울냄새, 크리스마스
등의 이유들을 갖다붙이며 좋아했다. 견고하게 겨울만 좋아했다.
지금은 모든 계절들의 예쁨과 장점이 보인다. 심지어 여름에게도 쨍하고 청량한 감성, 예쁜 하늘에 마음을 준다.
나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늘 뭔가 먹고 싶은게 분명한 사람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특히, 디저트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이가 몇살이든 언제나 귀엽다.
기분이 나쁘다가도 손톱만한 초콜릿 하나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니까.
나는 지금 집을 지키는 일에 종사 중이다. 백수란 말이다.
한 달, 한 달 숨만 쉬어도 월세로 50만원이 나가는 상황이라 슬슬 취업 준비생으로 전직을 해야할 것 같은데,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할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마음속에는 분명 뭔가 있을텐데, 꽁꽁 잘도 숨겨놓았는지 열어도 열어도 흐릿하다. 마트료시카나 다름없다.
일단, 지금 내 생활은 이러하다.
문장력을 늘리고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배울 수 있는 인강을 구독중이다.
퇴사 후, 급하게 떠난 (출국 이틀 전에 비행기 예매를 했으니 말 다했지) 싱가포르 여행 브이로그를 올리면서
중간 중간 올리고 싶은 쇼츠들을 올리는 중이다. (싱가포르 여행 영상 업로드 주기가 매우 길어서 그 공백을 채울 겸.)
인생 영화를 하나 더 찾고자, 여러 영화들을 보고 기록하고 있다.
가끔 글감이 떠오르면 글을 쓰다가 길을 잃고 저장버튼을 누른채 덮어놓기 일쑤고,
새로 가입한 일러스트 모임에서 단체전을 준비중이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두고 있다.
이렇게 나열해두니까 내가 봐도 갓생 사는 것처럼 눈속임 가능한 느낌인데 전부 어중간하게 하는 중인게 문제다.
중간 중간 딴 생각도 해야하고, 남이 만들어둔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내 시간을 갈아 넣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불안함에 잠식되어 안전한 이불 속으로 웅크려 피신하기도 하고, 전 날 친목을 신나게 다진 죄로 다음날을 모조리 반납하기도 한다.
간혹, 괜찮은 이성을 봐도 그냥 ‘오 괜찮은 사람이다.’ 로 그쳐버리고 마음을 주기 어렵다.
‘나이 차이 때문에..’, ‘내가 지금 연애할 상황이냐..?!’, ‘거리가 멀어서..’ 등
수많은 카테고리에서 필터링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당신은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연애세포 활활 타는 소리 들린다.)
이성이든, 취미든, 일이든 사랑을 하고 싶다. 연애가 아닌.
현실적인 모든 것을 뛰어넘을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
라디오를 들으며 졸린 줄 모른채, 새벽 내내 교복을 바느질로 직접 줄이면서, 인형 옷을 만들던 날처럼
바닥에 엎드려 좋아하는 노래 흥얼거리며, 시시껄렁한 줄거리로 만화를 그리던 날처럼
꽉 끌어안으며 나에게 스며들고 싶다고 말하는 소년을 바라보던 날처럼
이상하다.
원래 이런 내용을 쓰려던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