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seeing을 넘어, Insightseeing을 위한 안내서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로망이 된 퇴사. 하지만 실제로 퇴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사 후 맞딱드릴 경제적 수입의 단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어차피 회사가 안정적인 정년과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지만, 불안감 때문에 꾸역꾸역 회사를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힐링을 한다고 떠난 여행은 뭔가 허전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여행은 일회성 즐거움에 그칠 뿐, 여행에서 돌아오면 몰려오는 공허감의 정체를 알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여행을 가도 남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여행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그런 가운데 접하게 된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퇴사와 여행을 결합하면서 내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직장인이라면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회사를 떠나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 직장인이 성공의 척도로 여기는 임원을 달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언젠가는 직장 생활에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과 고민이 새로운 관점을 만든다. 그것은 낯선이의 눈으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다.
그런 관점을 얻고자 저자는 도쿄 여행을 제시한다. 그 이유로 저자는, 도쿄가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기도 하면서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해석, 깊이를 만드는 장인정신 등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과 시차가 없지만 전통과 미래를 넘나 들며 시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기에 퇴사준비생이 사업적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압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똑같은 목적지를 관광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면 보이는 것이 달라지며 이를 위해 5가지 핵심 키워드(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로 도쿄의 상점 25곳을 분석한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쌀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아코메야’
서서 먹는 스테이크집 ‘이키나리 스테이크'
오프라인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스톱’
책, 영화, 음악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 티사이트’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단초를 볼 수 있는 문구점 ‘이토야’ 등등.
흔히들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본의 비즈니스들을 사업가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이건 비단 도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선진 도시 어디를 가든 유용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단순한 Sightseeing이 아닌, Insightseeing을 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직장인들을 도와주는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