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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싶다 Jul 16. 2018

장식품이었던 텀블러를 꺼내다.

1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서서히 이별하기

    스타벅스 텀블러는 수집욕을 자극한다.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지역별로 판매하는 독특한 디자인의 텀블러들은 그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패턴과 디자인을 담고 있기에 상당히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한정판 텀블러를 모으는 이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의 경우도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을 갔을 때 스타벅스에 들르게 되는 경우 주문을 기다리면서 전시품을 둘러보다가 기념품이나 선물 명목으로 구입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구입한 텀블러는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 동안은 유용하게 쓰인다. 비단 커피를 담는 용도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때, 그리고 여행 다녀온 거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제격이다. 


    하지만 그런 장식적인 용도가 아닌 텀블러 본래의 기능만을 생각하면 그 관심은 오래 가지 못하였다. 일단 가방을 따로 가져가지 않는 이상 텀블러를 손에 들고 나가는 건 거추장스럽다. 안 그래도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마당에 은근히 무게도 적잖게 나가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닐 이유는 전혀 없었다. 어차피 매장에 가면 편하게 사서 마실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러다 얼마전 인터넷으로 한 사진을 봤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꽃힌 채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이의 사진이었다. 환경운동가가 빨대를 뽑아 보려 했지만 빨대는 쉽게 빠지지 않고 거북이의 콧구멍으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보고만 있어도 고통스러운 사진이었다. 또 얼마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6월호 표지는 'Planet or plastic'이라는 제목과 함께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비닐봉지라는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한동안 꽤 센세이션했던 사진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는 거 같다. 출퇴근 무렵 버스정류장 앞의 쓰레기통만 봐도 알 수 있다. 버스 탑승시 타인에 대한 매너 차원에서 음료수를 버리고 타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동네 한 켠에 쌓인 1회용컵만도 이 정도인데 한국 전체를 통틀어는 얼마나 많은 1회용 쓰레기가 나올 것이며, 또 세계적으로는 얼마나 많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바다 어딘가에 해류를 타고 모여 만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바,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비롯한 1회용 제품을 줄이는 추세라고 한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과 접시, 비닐 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금지했다고 한다. 또한 영국은 2042년까지 25년간 불필요한 플라쓰틱 쓰레기를 모두 없앤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도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얼마나 이슈가 되었는지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1회용품 사용 국가다. 2016년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도 1회용품 사용이 줄어들고 부득이하게 매장 밖으로 가져가야 할 경우 텀블러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비용과 편익의 문제다. 아마도 일반 소비자들은 일상적인 불편에 더해 가격 상승에 마주할 것이다. 왜냐하면 1회용 제품에 이미 길들여진 사람들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뿐더러,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제로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된다면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불편을 감수한다해도, 1회용품 사용의 제한, 그리고 개인 텀블러 사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함과의 이별은 불편함을 가져오겠지만, 편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이 정도 불편은 가깝게는 나를 위해서, 멀게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는게 중요하다. 오늘 집을 나서는 길, 부엌 수납장에 들어가 있는 텀블러 중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카페에 도착해 텀블러를 주고 300원 할인을 받았다. 4천원대 커피가 3천원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름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어디서 얼핏 보기를, 21일 정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한 3주 정도는 이걸 들고 다니면서 텀블러로 음료수 마시는 걸 습관화해 보려 한다. 1회용 플라스틱에 이미 중독되어 버려 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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