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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Feb 26. 2024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사람..

2024년 백세운동교실강사 지원을 포기하면서..

2024년 2월 26일. 오늘은 2024년 백세운동교실강사 서류심사를 통과한 분들의 면접이 이루어지는 날입니다. 저는 2024년 백세운동교실 강사에 지원을 했었지만, 서류접수 마감일에 담당 과장님께 서류접수에서 저의 서류를 빼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2017년 2월, 처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백세운동교실 강사를 지원을 하면서 가슴이 뛰었던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백세운동교실 강사 모집공고문을 확인하고 지원서식 파일을 다운로드하던 일,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던 일, 운동교실 강습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나서 이렇게 저렇게 수정을 하던 마음.


백세운동강 접수 마감 하루 전날,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류 일체를 가지고 가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마산지사에 담당자를 만나서 서류를 제출하고 2017년 백세운동강사 경쟁률을 물었더니, 여기는 다른 지역보다 경쟁률이 높다고 했지요.


그런데도 저는 2017년 2월 서류심사에 통과를 했고, 면접에도 합격을 해서 2017년 백세운동교실강사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진행하는 백세운동교실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즐겁고, 좀 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도 했던 때였습니다.


저의 첫 수업을 참가하신 어느 어르신께서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처음이었다'라고, '무슨 이런 세상이 있냐'라고 하시면서 참으로 즐거워했습니다.


 2017년 그해, 이제 곧 60회의 강습을 눈앞에 두고 있던 날, 74살의 어느 어르신께서는 수줍게 저에게 손 편지를 전해 주기도 했지요.



2017년  9월, 74세 어르신의 나에게 써 준 손 편지



백세운동 선생님  한명라 선생님께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들한테 건강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과 웃음  모든 걸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선생님이 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헤어질 날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생님 들에 나가보니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들에는 누렇게 황금빛이 되었습니다.  계절은 참 빠르군요.
선생님하고 요가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선생님 몸 건강하시고 내년에 또 만납시다.


                                         선생님 안녕...




백세운동교실은 시작하면서 서로의 등을 안마해 주고 있습니다.


유연성과 근력을 향상해 주는 접시 돌리기 체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17년 3월부터 시작한 백세운동교실에서 많은 어르신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호흡을 하면서 저는 강사로서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백세운동교실 강사로 활동을 했으니 오랫동안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백세운동교실강사로 합격을 하고 교육도 받았지만, 갑작스럽게 확산된 코로나로 백세운동교실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비대면으로 백세운동교실을 진행을 했습니다. 이전보다 백세운동교실에 참여하는 분들의 연령대도 아주 많이 젊어졌고,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2023년에는 2곳의 백세운동교실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1곳은 대면으로 진행을 했고, 나머지 1곳은 그동안 비대면으로 참여했던 분들을 대상으로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비대면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비대면 강습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 낮시간에는 경제활동 및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서 매주 2회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7시 50분이면 한분, 두 분 줌(ZOOM)으로 진행하는 백세운동교실에 입장을 했습니다.


비록 비대면이었지만,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백세운동교실보다 운동강도도 높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참여했던 운동을 마무리할 시간이면 명상음악과 함께 진행하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서 즐겁게 웃으면서 운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2021년부터 비대면으로 백세운동교실에 참여했던 분들 중에서  몇몇 분들이 2024년에도 백세운동교실 비대면 강습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저는 올해에도 그렇게 해 보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저는 2024년에도 백세운동교실강사에 지원을 해서 합격을 해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비대면 백세운동교실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2024년 2월에도 어느 해처럼 백세운동교실강사 모집 공고가 게시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저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모집공고와 지원서를 다운로드하였고 정성을 다해서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월 13일 화요일이 서류마감일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빠른 2월 8일에 서류를 가지고 백세운동교실 담당자를 찾아가서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그때 담당자를 통해서 2024년에는 예산 및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 강사숫자에서 30%줄여서 선발한다고 했습니다. 또 2024년에는 더 이상 비대면강습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일단 서류를 접수시키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설날 연휴 내내 저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올해에도 백세운동교실 강사에 지원을 한 이유가 무엇보다도  3년 동안 비대면강습에 참여했던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비대면강습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담당 과장님의 말씀에 이제는 백세운동교실강사를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마다 백세운동교실 강사를 지원하면서 다음 해에도 꼭 백세운동교실을 함께 해 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지원했던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하지만 2024년 백세운동교실 운영방침이 새롭게 바뀐 지금, 더 이상 그분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저 스스로 백세운동교실강사를 포기하여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2024년 백세운동교실 서류마감일인 2월 13일 오전, 점심시간을 20여분 앞둔 시간에 담당자분께 전화를 했습니다. 무슨 일이냐면서 놀라는 과장님께 저의 백세운동교실 지원서를 접수에서 빼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러느냐고 깜짝 놀라서 묻는 과장님께, 사실은 올해에도 비대면강습을 부탁하는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백세운동강사에 지원을 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비대면강습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하는데 백세운동강사를 떠나야 할 때가 지금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담당 과장님께서는 지난해인 2023년에 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감사장을 수상을 했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가산점도 있어서 서류 합격은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저 때문에 다른 강사분이 불합격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접수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사실은 2023년보다 제가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 일정이 많이 잡혀 있어서 백세운동교실까지 진행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는 말씀까지도 전했습니다.  


2월 13일 화요일. 그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과장님은 다시 한번 저에게 확실한 의사를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흔들림 없이 접수에서 저를 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습니다.


못내 아쉬워하는 과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문득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 하는 시가 떠 올랐습니다.


오늘 백세운동교실 면접에 응시한 분들께합격의 기쁜 소식이 함께 하기를 저는 마음으로 빌어드립니다.

 


낙화    

                  -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집 『적막강산』, 1963)




2023년, 감사하게도 백세운동교실강사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감사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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