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생인 저는, 1970년대에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특별한 장난감도 없었던 그때, 언니와 오빠들이 읽는 책들과 교과서가 나의 놀잇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언니, 오빠들의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통해서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나 황순원 씨의 '소나기'도 읽었습니다. '소나기'를 읽으면서 소녀와 소년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그려보면서 마음을 설레기도 했습니다.
또 그 당시에 넷째 언니가 다니고 있는 전주여자고등학교 '영란'이라는 교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교지에 실린 전주여자고등학교 재학생들의 수필과 시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전주여자고등학교의 교화는 은방울꽃으로 한자로 '영란'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전주여자고등학생은 졸업생이든 재학생이든 자신을 '영란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주여자고등학교 교복의 하얀 칼라에 자리를 잡은 학교 배지에도 은방울꽃 3개가 나란히 표시되기도 했지요.
전주여자고등학교의 교표
어린 내가 은방울꽃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전주여자고등학교 교지에 실린 은방울꽃을 보면서, 바람이 불면 조롱조롱 길게 매달린 은방울꽃들이 은은하게 방울소리를 내는지... 수줍은 꽃들이 풍기는 꽃향기도 실제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은방울꽃은 2021년까지 마음에만 존재하는 실제로 만날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재래시장에서 꽃을 판매하는 분들에게 은방울꽃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구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은방울꽃을 향한 나의 바람은 해가 갈수록 깊어만 갔습니다.
2021년 5월, 페이스북에서 만난 은방울꽃
그러던 중 2021년 5월, 페이스북에서 은방울꽃을 판매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저의 페친인 손혜원 전국회의원이 충북 괴산에 거주하는 친구의 농장에 은방울꽃이 아주 많이 피어 있기에, 은방울꽃을 그분들의 농장에만 두지 말고 은방울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라고 부추겼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손혜원 전국회의원을 통해서 괴산농장주인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서둘러서 은방울꽃을 주문하였습니다.
2021년 5월, 우리 집에 도착한 은방울꽃을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은방울꽃은 화분에 담기지 않고 신문지에 쌓여 종이박스에 담겨 우리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서둘러서 화분에 심었습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은방울꽃 1개의 꽃대가 부러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사진 속에서만 만났던 은방울꽃을 처음 만났던 기쁨은 말로 표현을 다 할 수 없습니다.
2022년, 우리 집 화분에서 꽃대를 올리고 있고 은방울꽃
2022년 5월, 우리 집 화분에 피어 난 은방울꽃
2022년에는 보다 많은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2021년 가을, 2개의 화분에 포기를 나눠 심었습니다.
해가 바뀌어 2022년 4월, 우리 집 2개의 화분에 은방울꽃이 꽃대를 올렸습니다. 해가 바뀌어 온전히 저의 보살핌만으로 은방울꽃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던 저에게 은방울꽃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꽃대를 올려준 것입니다. 은방울꽃은 신기하게도 잎과 꽃대가 함께 올라와서 몇 개의 꽃이 필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입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의 부케와 코사지로 각광을 받기도 합니다.
2022년 5월, 저는 은방울꽃이 피고 있는 화분 1개를 사돈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오랫동안은방울꽃에 대한 나의 그리움과 깊은 사랑을 저의 사돈께서 모두 헤아릴 수 없다 해도은방울꽃의 꽃말처럼 '틀림없이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2023년 4월, 우리 집 화분에서 피어나고 있는 은방울꽃
2023년 5월에도 은방울꽃은 변함없이 2개의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웠습니다. 행여 꽃대가 다칠세라 잎사귀를 들추고 향기를 맡아보기도 했습니다. 은은하고 고운 향기는 직접 맡아보아야 합니다.
2024년 4월, 꽃대를 올리고 있는 은방울꽃
2022년, 2023년, 그리고 2024년 현재 우리집 마당에서 피고 있는 은방울꽃을 소개합니다.
2024년 4월 14일 현재, 우리 집 마당의 화분에는 은방울꽃이 4개의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다 꽃대를 2개나 더 올려 주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릅니다.
매일 아침, 조금씩 꽃대가 자라나는 모습을 살펴보다가 이 기쁨을 저 혼자서 누리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은방울꽃을 만나기 위해 마음을 기울였던 저의 이야기와 함께 은방울꽃을 여러분들에게 소개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 은방울꽃의 꽃말처럼 '틀림없이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빌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