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어른의 차이

내가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 살고 싶은 이유..

by 한명라

12월이 시작되는 지난 주말, 12살 아롱이와 동네 약수터 근처로 산책을 했습니다.

약수터 위쪽 길을 따라 줄을 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화려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길바닥에 노란 카펫처럼 깔려 있는 은행잎을 보면서 2024년 한 해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12살 아롱이와 함께 하는 가을 산책...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할 때 흔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비교를 합니다.

지금 60살이 넘은 나의 일생을 계절과 비교한다면 가을의 중반을 들어서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두 가지 유형의 사람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바로 노인과 어른입니다. 노인과 어른의 차이를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드는 모든 사람을 어른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의 사람으로부터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노인을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그런 반면 자신의 이익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며 살고 있는 어른도 있습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민주화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학교법인 효암학원을 설립하여 무급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던 채현국어른은 어른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습니다.


채현국어른은 “꼰대는 성장이 멈춘 사람이고 어른은 성장을 계속하는 사람이다.”라고 어른의 정의를 간단명료하게 생전에 정리하여 주었습니다.


김장하어른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번 돈으로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 용돈까지 학업을 마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제공하였습니다. 그분은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김장하어른의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마친 학생들의 삶 전체를 변화시켰음에도 그분은 ‘줬으면 그만이지.’하는 마음으로 생색을 내거나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김장하어른은 100억을 들여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조건 없이 국가에 헌납하기도 했습니다.

김장하어른의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어른으로 칭하기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채현국어른이나 김장하어른처럼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정이나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담당하면서 어른으로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을 보면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학벌이 남보다 높다고 해서, 재산이 많다고 해서 어른으로 대접받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엄마는 192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국민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아들 딸 구별하지 않고 열두 자식 모두 고등학교 이상 진학시키기 위해 평생을 밤낮없이 고군분투하였고,

열두 자식을 위해서 평생을 기도 속에서 보냈습니다.


엄마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하대하거나 함부로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사람 그 자체로 대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을 만나면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엄마가 돌아가신 지 1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고향을 방문할 때면 엄마를 잊지 않고 고맙고 존경한다는 사람을 만납니다.


2013년 2월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나의 블로그에 엄마께서 살아온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때 나의 글에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댓글을 남겼습니다.


‘한번 오면 누구나 다시 돌아가는 그 길, 자연의 이치입니다.

아름다운 단풍처럼 곱게 지셨습니다.’

그때 그 댓글을 읽으면서 나는 마음이 울컥해지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살아가는 날까지 나로 하여금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하면서 살겠다고요.

그리고 언제인가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할 때 엄마처럼 아름다운 단풍처럼 곱게 지듯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 누구가 아닌 나 자신의 삶에 집중을 하면서,

내가 살아가는 주변과 세상을 어떻게 이롭게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고 실천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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