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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복수

by 김선태 Mar 16. 2025

  이제 중학생이 되는 동민이랑 목욕탕에서 재밌는 추억 하나 만들고 왔다. 동민이가 해찰할 때 동민이 칫솔에 작업을 했다. 소금을 칫솔모에 잔뜩 집어넣은 후 치약을 듬뿍 짜서 소금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약간의 물을 뿌려 칫솔모 주변의 소금을 녹였다. 동민에게 태연하게, 동민아, 양치질해야지,라고 말했다. 동민이가, 네, 하며 잠깐 칫솔을 살폈다. 일전에 동민이가 나를 골탕 먹인 방법이기에 동민이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잠깐의 칫솔 검사를 마친 동민이가 드디어 칫솔을 입에 넣었다. 동민이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그렇게 유쾌 상쾌 통쾌한 웃음이 목욕탕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 참 지난 후 내가 동민이 때를 밀며, 동민아, 식인종이 널 잡아먹다가 때가 많아서 다 안 먹고 버리겠어,라고 약 올렸다. 동민이는 많을 때가 창피한지 물을 뿌려가며 밀어달라 했다. 내 입에서는 연신 '때'란 단어가 무한 반복되고 있었다. 갑자기 동민이가, 아빠! 우리 서로 금지어를 하나씩 만들어서 상대방이 그 단어를 말하면 한 대씩 때리기 해요, 라며 제안을 했다. 나는 흔쾌히 그러자 했다. 동민이와 나는 함께, 시작'이라 외치고 게임을 시작했다.


  동민이와 나는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동민이의 금지어로 할지 고민했다. 동민이가 말을 시작할 때 항상 '아빠!'하고 부른다. 나는 '아빠'를 금지어로 정했다. 나는 동민이의 '때'를 그전보다 힘껏 밀었다. '아빠! 아퍼요' 라며 말하기를 기대하면서 빡빡 밀었다. 마침내 동민이가, 아~ㅃ, 라며 입을 떼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나의 손이 너무 빨랐다는 것. 갑자기 입을 닫는 동민이가 씩 웃으며, 금지어가 뭔지 알겠어요. 아버지,라고 했다. 동민이가 지 '때'를 가리키며, 나에게, 아버지! 이게 뭐예요? 하고 물었다. 동민이가 나보다 하수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전이었다. 나는 아들 녀석에게 당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때'를 말하지 않았다. 물론 잠시 후부터 동민이의 입버릇은 나를 쉴 새 없이 만들었고 동민이의 토실토실한 궁둥이와 떡 벌어진 등짝은 나의 손바닥을 또렷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목욕탕이 소리 울림엔 딱 맞다. 철석! 철석!


  이 아침이 즐겁다. 아들 녀석과의 소심한 복수는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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