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반복

by 김선태

먼 길을 돌아 돌아 드디어 친구 두식을 만났다. 녀석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요즘 들어 경기가 바닥이라서 하고 있는 일을 곧 때려치울 생각이란다. 내가 물었다.


"아니... 문재인이 대통령인데 경기가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뭘 잘못하는겨?"


머리를 갸우뚱갸우뚱하던 두식이 넉살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지. 문재인 잘못이라 할 수 읎지. 이명박 때부터 힘들어졌응게..."

"그려?"


우린 볼 터지게 야채쌈을 해서 꾸역꾸역 저녁을 먹었다. 물론 술도 한 잔 했다. 술이 한숨배 두순배 돌기 시작했다. 어느새 친구 얼굴은 시뻘건 활화산이 되어 있었다. 얼큰하게 취한 친구가 차근차근 넋두리를 뱉기 시작했다.


"선태야 사람들은 늘 반성하며 살어. 하지만 그 삶을 벗어나질 못해. 왜 그런 줄 알어? 그놈의 욕심 때문에 그래. 사람들은 늘 반성하며 살지. 문제는 그 반성을 반복한다는 거야."


난 친구말을 들으며 잔을 홀짝홀짝 비웠다. 물론 간간히 머리를 격하게 끄덕였다. 친구는 말하는 중간중간에 검지손가락을 나의 잔에 갖다 댔다. 아직은 덜 취한 모양이었다. 친구가 검지손가락을 피며 말했다.


"선태야 난 말야... 남이 한심하면 손가락질했었어. 너도 알지? 내 옆에서 모자 파는 동생.."

"응. 알지."

"내가 가를 보면서 이렇게 손가락질을 했거든. 정작 나머지 손가락들은 나를 가리키고 있는데 말야."


친구는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거침없이 맨트를 이었다.


"근데 지금은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왠지 아냐? 지금은 바닥이라서 그래. 뒤가 벼랑 끝이라서..."


난 친구에게 힘이 되고팠다. 친구넋두리 사이사이에 한 마디씩 거들었지만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선태야. 요즘은 말이야... 집에 가서 혼자 누워있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니깐. 난 용기가 없을 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


난 친구 녀석에게 그 어떤 위로가 되질 못했다. 그냥 매칼없이 술잔만 비웠다. 노점을 하는 내 친구는 오늘도 힘들다. 퍼덕퍼덕 거리며 지친 날개가 무겁다. '친구 녀석은 언제쯤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을까? 그날이 속히 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지금 나의 삶이 얼마나 윤택한지 느껴졌다. 친구에게 너무도 미안할 뿐이었다.


혼자 사는 친구집에 와서 잠을 청했다. 나의 코 고는 소리에 친구는 거의 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비몽사몽 하며 장사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투덜거렸다. 나는 친구가 마련한 식탁에서 누룽지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지금 이 시간, 몽롱한 정신으로 장사를 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갑자기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늘 반성하며 살지. 문제는 그 반성을 반복한다는 거야.'


반성을 반복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고맙다. 친구야. 너에게 또 하나를 배웠는데 난 아무것도 해줄 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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