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몸마음공장 프로젝트 14
명상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명상을 예찬하고 권한다. 그런데 처음 명상을 접했을 때 명상을 하는데 돈이 드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가까이 가기에 너무 먼 당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좌로 앉아서 혹은 몸이 불편하다면 의자에 앉아서 몸의 움직임이 없도록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살며시 감은 뒤 생각은 내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순순히 돌려보내고 무념무상의 상태에 빠져들면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불빛이 조금 비추는 순간에 빠져든다는 명상. 처음에 시작하면 적어도 3개월을 꾸준히 해봐야 효용을 알 수 있다는 명상. 그런데 그 3개월을 매일같이 명상의 자리에 내 몸을 두는 것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수시로 점심은 뭐 먹나, 오늘 일은 어떻게 끝내지, 야근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주말에는 뭐하지 등등 무수한 생각이 들락날락하는데다 눈을 감고 있으면 주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평소에는 쏜살같이 지나던 시간이 무거워 도통 움직이질 않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일찍 일어났어도 왠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강박적인 느낌과 더불어 이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하겠지 하는 생각에 나만 외딴 섬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자각도 든다.
나는 가끔 몸을 격하게 움직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데 그래서 이런 정적인 명상 방식이 입문자인 내게는 아직 맞지 않는 단계인 듯하여 동적 명상을 함께 해보는 춤 명상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왜 현대인에게 특히 명상이 필요한지 나누어 주셨는데 모두 의미심장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짧은 시간에 다루는 정보의 양이 과거와 비교해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 부처가 살던 시절과 비교를 한다면 오늘날을 아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족사가 전부이고 그나마도 밖에 나가 일을 보고 있다면 저녁에야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 일을 공유할 테고, 좀 더 범위를 넓힌다면 일가 친척들 혹은 마을 주민들 정도 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을 보자. 스마트 폰으로 이동 중에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고할 수 있고 스스로 자발적 의지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누굴 만나는지 낱낱히 올린다. 게다가 사진이라는 시각적 도구까지 활용하여 매우 생생하게, 그러나 가식도 섞어서. 게다가 TV나 신문, 인터넷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와 사람들의 소식을 우리는 접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수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서 아마도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피로에 시달리고 과도하게 뇌를 혹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운동량이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교통 수단이 없어서 먼 길도 며칠에 걸려 걸어가거나 기껏해야 말과 같은 동물을 이동 수단으로 사용해야 했다. 특히 현대에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정신 노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해서 몸의 피로도가 적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은 몸을 더욱 혹사시킨다.
마지막으로 지적 활동에 의한 결과물이 창의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야말로 몸을 직접 써서 내 노동력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보다 더 큰 보상을 받게 된 시대라는 점이다. 자연히 몸을 써서 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는 줄어들고, 머리를 써서 일하는 계층을 인텔리라고 칭하거나 화이트칼라라고 부르는 등 이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고정관념이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들이 종합적으로 머리를 쉴 틈 없이, 미친 듯이 무언가에 골똘하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불안에 떨게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고통이다. 명상의 핵심은 호흡이며 더불어 기본적인 조건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이다. 우리가 명상을 직접 실천해보게 되면 즉각 깨달을 것이다. 생각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오늘부터라도 머리를 좀 식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