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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고 인정되면 소통이 찾아와요

어제 아내와 부부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아내가 며칠 전 동네 언니하고 술 한잔 나누면서 내 이야기가 나왔나 보다.

내가 언니 만날라고 렌터카를 탔는데 아저씨가 그러더라.(여기 곤지암은 렌트카를 택시처럼 이용한다)
-남편분이 참 자상해서 좋겠어요?
-왜요?
-아이들에게 하는 거 보면 참 자상하게 보여서요?
-그래요(??)

이런 애기를 언니한테 했더니 언니가 그러더라

- 야 이년아. 남편한테 잘해라. 돈 벌어오지. 음식 잘해. 밥하고 설거지해. 빨래도 하고 살림하지. 아이들 케어 다하지.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딨냐? 이렇게 얘기해서 내가 뭐랬는지 알아?

- 그냥 웃기만 했어!

내가 물어봤다.

-10년 동안 나하고 살았다 생각하지 말고 딱 남자로만 봤을 땐 어때?
- 그럼 좋지!!

-딱 남편으로만 봤을 땐 좋은데 10년 동안 살면서 마음에 안 든 거네?
-그래 맞아. 이제야 알겠어?

결혼 10년 동안 아내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스스로 물어봤다.


[난 바깥일! 당신은 집안일]

딱 일방적으로 분리해놓고 청소가 잘됐느니 밥이 어떻고 반찬이 어떻고 비난을 습관적으로 했고 아이 똥기저귀 한 번도 갈아준 적 없고 아이 목욕도 시켜준 적 없으며 등등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꼰대 짓에 함부로 대했다.

그 결과 아내는 수년 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몸은 뚱뚱해졌지만 내 비난은 오히려 거세졌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이렇게 밖에 못 사는 거냐고... 또 어깨가 굽어진 걸 가지고 트집도 많이 잡았다.

우울증은 더 심해졌고 부부관계는 더 악화됐다.
아내 기억 속에는 내 꼰대 짓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남자로서 남편으로서는 좋지만 과거의 기억이 날 거부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기자야(아내가 자기야, 자기야 부르는 걸 금지시켜서 자기의 반대말로 기자라 부른다). 난 어릴 때부터 가족에 대한 미움이 많아서 20년 동안 가족과 담쌓았고 차라리 고아였으면 했던 삶을 살았잖아. 그래서 난 스스로를 믿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았어. 열등감은 강해서 자존감은 무지 셌고 자존감은 낮은 인생을 살았잖아.

-그건 인정해줄 수 있어?
-그래 잘 알지

- 난 자존감 낮은 우물 안에 살았던 사람이야. 그래서 누구에게 격려할지도 몰랐고, 위로할 줄도 몰랐어. 그게 내 우물 안 세상이었어. 항상 열등감과 자존심으로 날 방어하기 위해 상대를 늘 비난했고 그 화살이 10년간 기자에게 향했던 거 같아. 이제는 알겠어. 내가 당신에게 어떤 꼰대 짓을 많이 했는지.. 그래서 항상 미안해

-근데 기자는 어릴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아서 자존감 높은 아이로 살아왔잖아. 비난보단 겪려 와 위로가 습관이 돼있고 상대에게 용기도 줄 수 있는 우물 속에서 살아왔잖아.

-내 살아왔던 우물과 당신의 우물은 차원이 다른 거 같아.

-난 이제야 깨달았어.

-나의 습관이 얼마나 당신에게 비참함을 줬는지 그래서 지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데 수십 년 동안 쌓여있는 습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게 좀 힘들어.

-내가 노력하고 있는 건 보이는 거 같아
-그래 그건 알아. 근데 용서가 안돼!!

노력은 하고 있으나 아직도 여전히 관계는 평행선이지만 예전보단 꽤 좋아진 거 같다. 아직도 군데군데 습관적으로 안 좋은 상황들은 있지만 더 악화는 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예전보다 나빠질 일이 더 없으니 평타는 유지하며 좋은 일만 있으면 된다. 앞으로 10년은 더 노력해보자.


#인정하고 #또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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