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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담 Sep 18. 2019

#7. 솔리드 샴푸의 세계

초보 지구특공대의 일기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여정은 계속 진행 중! 린스를 완전히 끊은 후, 플라스틱 병에 든 샴푸도 끊기 위해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반 비누로 감아도 보고, 빡빡함을 줄이기 위해 식초로 린스도 해보고, 감은 후 오일도 머리에 발라보았지만.. 머리가 그야말로 지푸라기 꼴이 되어서 사람들이 자꾸 머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확실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듯, 자주 가는 유기농 샵에 플라스틱 사용이 배제된 샴푸/치약/칫솔/샤워스폰지 등의 진열대가 따로 생겼다. 그곳에서 만난 반갑고 새로운 얼굴! Lamazuna Solid Shampoo. 



조그마한 종이 상자에 들어있는 요 녀석의 성분 검색을 해봤더니 나름 다 순한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은 통과! pine 냄시가 나는 애로 집에 데려와 사용해 봤다. 냄새도 가볍고, 생각보다 거품도 금방 났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것은, 사용 후의 머리! 웬만한 샴푸+린스를 사용한 것보다 머릿결이 훨씬 더 좋다니? 이 후레쉬함 뭐임..? 게다가 이 아이를 사용하면서는 매일 머리를 감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가 솔리드 샴푸를 사용하면 머리가 훨씬 더 많이 빠지는 것 같다고 해서 좀 더 유심히 살펴봤는데.. 머리가 꽤 빠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도 좀 많이 빠지는 편이라 우선은 좀 더 사용해 보는 것으로.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인데, 14유로에 약 한 달 정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두 번째 구매는 바닐라+코코넛 향. 파인보다 조금 덜 딴딴하여 거품이 훨씬 잘 나는 편이고 머리도 조금 덜 빠지는 듯 한 느낌적인 느낌! 


생각 같아서는 이 제품으로 쭉 정착하고 싶었지만, 머리가 점점 길면서 샴푸 사용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되었다. 그리하야 찾은 두 번째 제품은 가격이 절반 저렴하고, 로컬 비누 메이커가 만드는 Zero waste shampoo & body bar. 이 아이는 심지어 올인원으로 바디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거품이 면도거품 마냥 굉장히 부드럽고 몽글거리게 잘 나는 것이 장점이지만 Lamazuna 대비하여 머리를 감을 때와 감은 후의 뻑뻑함이 조금 있다. 



이후 6개월가량 이 샴푸바로 정착한 후기! 나에게 맞는 적절한 샴푸바를 찾기만 한다면, 약간의 빡빡함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별 문제가 아니다.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가 빠득거리며 엉키는 것 같지만, 실제로 머리를 말릴 때는 그렇지 않다. 샤워 후 얼굴에 바르는 호호바 오일이 손에 남으면, 그 남은 만큼만 머리 끝부분 위주로 마사지해준다. 그러면 머리가 꽤나 부드러워진다! 빡빡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생각지 않았던 장점도 있다. 머리숱이 엄청 많아 보인다는 것! ㅋㅋㅋ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샴푸처럼 독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대충 감으면 푸석한 기름기가 남는다. 그 덕에 평소보다 정성 들여 두피 하나하나 모발 구석구석을 섬세하게 마사지도 하며 닦게 된다. 여전히 이틀에 한 번으로 머리 감는 주기를 늘렸으나, 가끔 필요에 따라 매일 감기도 하는데 매일 감게 되면 확실히 머리 감는 시간이 줄어든다.(더 금방 잘 닦인다!)  


결론적으로, 나는 플라스틱 병에 든 샴푸와 린스를 성공적으로 떠나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일이 없을 듯하다. 여행 다닐 때도 이젠 샴푸바 하나만 챙기면 된다. 샴푸와 린스를 끊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할 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살아보니 별 일도 아니다. 너무나 금세 이 생활이 자연스러워져 있다. 샴푸린스 시절 대비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플라스틱 병과 독한 화학물질을 끊어낸 것에 대한 뿌듯함은 생각보다 크다!! 고민 중인 그대여, 한 번만 실행해보면 인간을 왜 적응의 동물이라 부르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  솔리드 샴푸의 마법 같은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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