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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 May 24. 2022

나의 가치를 알아본 곳에서 끝까지 해보겠다

어언 4개월 정도 방황 아닌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최종기업으로 꿈꿨던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도 방황의 시간을 가졌던 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난 지금 PD가 아니다. 다른 PD들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이 회사를 빨리 경험해보고 싶었다.

정규 공채는 일 년에 한 번, 정해진 일정 없이 랜덤하게 올라왔다.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는 공채를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그러다 계약직 공고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전 회사에서 경험해봤던 업무였다. 계약직으로 일하며 회사 이해도도 높이고, 내부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는다면 공채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공채를 노려볼 심산이었다.


2) SNS 마케팅을 깊게 경험해보고 싶었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 새로이 런칭한 인스타그램 담당자였다. 인스타그램을 담당하며 관련 서적과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걸 계정에 적용해나갔는데 이 과정이 재밌었다. 내 기획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씁쓸함보다 통쾌함이 더 컸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며 맞는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어쩌면 SNS 마케팅이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잘못된 걸음이 또 다른 길을 만들어준다는 이야기처럼, 나의 또 다른 진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며 계약직은 정규직 입사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이 사실이 꽤나 분하고 억울했지만 이제는 안다. 이것이 사회에선 이미 만연한 일임을. (그렇다고 이것이 정당하다는 건 아니다.)


그렇게 나는 최종기업을 눈앞도 아닌, 그 안에서 놓쳐버렸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계획이 다 엎어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토익 단어를 외우고, 짬짬이 이력서를 쓰고, PD 과정에 필요한 강좌들을 알아보고, 편집 기술 향상을 위해 컴퓨터 학원에 상담을 다녔다. 하지만 이건 그저 기반을 닦는 일에 불과했다. 정말 중요한 건 '언론고시' 준비였다.


자신 없었다. 내 학벌로는 한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았다. 가끔 언시생(언론고시준비생) 커뮤니티에 나와 유사한 학벌로도 가능하냐는 질문이 올라왔는데, 댓글은 전부 같았다. 학교 선배 중에 합격한 사람이 많이 없다면 제 몸을 깎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내 주위에 PD가 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연 이 좁은 길을 걸어가 봐도 되는 걸까.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을 계속하며 회사를 다니던 중 괜찮은 공고를 발견했다. 곧바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그런데 왜인지 자기소개서가 아예 써지지 않았다. 막힌 부분은 분명했다. 나 스스로 PD 직무에 확신이 없으니, 회사에 어필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었다. 확인이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으로도 기획이나 제작에 재능이 있는지, 내가 이 과정을 즐기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요즘은 혼자서 작게 준비하는 것들이 있다. 아직까진 이 과정이 너무 즐겁다.


그리고 나를 다시 일으킨 글이 있다. 바로 '문명특급' 만든 홍민지 PD 인터뷰이다.



 글을 보고 내가 가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기보단, 괜히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는  아닐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내가 가진 인프라를 최대로 활용해보자는 . 아직 지금의 회사를 떠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회사가 나를 정규직으로 택하진 않겠지만,  젊음을 이용하는 회사를 나도 이용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없이 일했지만  일을 끝내지 못했고, 앞으로도  일이 수도 없이 쌓였으니까. 그때 가서도 아닌  같으면 그때 그만 두면 된다. 어찌 됐건 지금은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의 회사는  가치를 알아본 곳이니까. 나를 믿은 곳에서 최선을 다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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