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트 워커 실험기
안녕하세요, 회사로부터 독립을 시작한 이효입니다. 퇴사한 지 열흘도 안 된 따끈따끈한 퇴사 신입입니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인디펜던트 워커(Independent worker)를 꿈꿉니다.
인턴 시절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 있었습니다. 같은 파트 대리님이었는데요. 회의시간에 거침없이 의견을 내는 모습, 능숙하게 업무 보고를 하는 모습, 사적인 대화에선 선을 넘지 않는 모습까지. 전부 멋있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대리님처럼 될 수 있을지 궁금했을 정도로 말이죠. 좋은 대리님을 만난 덕에 대리라는 직위가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남들은 사원이 연차 쌓으면 자연스레 되는 게 대리라 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그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대리쯤 되면 저 또한 이상적인 회사생활을 하고 있을 거란 바람이 생긴 것이죠. 2021년, 저는 대리로 승진을 하게 됩니다. 얼떨떨했습니다. 그토록 선망했던 대리가 되다니. 그리고 같은 해에 저는 퇴사를 합니다.
회사는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구조였습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자립을 위해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기존 예산이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이 믿고 따를만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줄줄이 퇴사를 했고, 저 또한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전이 없는 회사에서 굳이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때부터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불안정함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걸까요. 이직할 회사는 안정적이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전공과 관련된 기업이었죠. 그런데 최종 합격 발표 날짜와 출근 날짜가 일주일밖에 차이가 안 나더라고요. 적어도 한 달 전엔 퇴사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합격 여부도 모른 채 퇴사를 해야 한다는 게 위험 부담이 컸습니다. 일단 서류는 제출했으나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기존 회사와 지원한 회사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정리해보니 업무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비슷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이 부분이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주요 업무인 오프라인 클래스 기획 및 운영이 저와 안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저는 실수를 할까 봐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스타일인데요. 예전엔 제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방송에서 ‘사실 완벽주의는 완벽보다는 실수에 대한 집착’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적어도 저에겐 해당되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동력은 불안감 때문이거든요. 나쁜 건 아니지만, 유독 오프라인 클래스에선 불안감이 극도로 심해졌습니다.
행사 당일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2시간마다 잠이 깼고, 새벽 5시쯤엔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클래스가 끝났을 땐 정말 혼이 빠진 기분이었어요. 정신적인 피로도가 너무 높았던 것이죠. 오프라인 클래스에서 혹시 생길 변수를 대비해 저는 매번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제 계획과 다른 일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생각을 연결하다 보니 지원한 공기업과 잘 안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안정성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죠. 그 방향성 안에서 다른 회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애정 하는 기업에서 모집 공고를 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방향성과 맞다는 생각이 들어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시 모집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습니다. 사람을 뽑으면 모집은 바로 끝난다는 뜻이니까요. 불안한 마음에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 모집이 마감되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어느덧 마무리하고 오전에 제출할 계획이었는데, 밤 12시가 지나니까 모집이 마감되었더라고요. 그 시간에 마감됐다는 건 기업 측에서 기한 설정을 해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문의를 했지만 답은 받아 볼 수 없었습니다. 허탈했습니다. 계속 낙담하고 있을 순 없으니 재빨리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고, 어떤 인재상을 필요로 하는지 꼼꼼하게 알아봤죠.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가 왜 이렇게 애원해야 하지? "
어느 회사를 가든 지금 다니는 회사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았습니다. 목표를 향해 조직이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 피로해지는 건 비슷할 텐데 왜 이리 애원하고 있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30년 가까이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그때도 이직에 매달리며 살아야 하는 건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직장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과장, 차장 여러 직위들이 나오는데 대단하긴 하지만 그 자리가 욕심나진 않더라고요. 고등학생 때 대학생이 되는 걸 상상해볼 때가 있잖아요. 인턴 시절엔 대리를 상상해보긴 했었지만, 그 이후의 삶은 굳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직위가 높아질수록 연봉도 올라가겠지만 그만큼 따르는 책임이 저에겐 너무 무겁게 느껴졌거든요. 그렇다면 대체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모든 선택지를 회사로만 생각을 한 것이죠. 다들 그렇게 사니까요.
서늘한 여름밤이라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 있습니다.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책을 추천해주셨던 게 생각났습니다. 퇴근하자마자 그 책을 보러 교보문고로 달려갔죠. 요즘 세대의 다양한 돈벌이 방법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책이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간절하게 필요했던 선례들이었거든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해 근처 카페에서 책을 완독 했습니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 먹고사니즘’이란 책이었어요. (책 리뷰는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꼭 회사가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는 위로를,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방식의 돈벌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책 중 드로우앤드류님의 인터뷰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저 또한 다양한 수익의 파이프 라인을 만들고 싶어 졌습니다. 이때부터 친구들한테 ‘십잡스’(10 jobs)가 될 거라고 떠들고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십잡스의 첫걸음으로, 나름의 실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