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북손이 Feb 05. 2023

입춘축의 계절

거북손이의 육아 스케치 No.52


봄을 앞두고 입춘축을 만들었단다. 한 해 동안 우리 집에 따뜻한 일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 그리고 열심히 편집도 했지. '입춘축'이 뭐냐고 묻는 너희에게 여러 뜻을 설명하는데 너희는 얘기는 안 듣고 '등이 뾰족 뾰족한 고슴 달팽이'와 '시원하게 바람을 쐬는 꽃' 그리기에만 열을 올리더라. 허공에 한 설명이 아까워 이렇게 글로 쓰느라 고생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재밌는 입춘축을 완성할 수 있었지.


농경시대 작업 일정의 근간이 되었던 24 절기의 첫 절기인 '입춘'은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입춘날이면 한 해 농작의 성공과 모두의 안녕을 비는 마음으로 입춘축을 써서 붙였대. 입춘축 하나가 복을 비는 굿 보다 낫고, 신성한 독경보다 낫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옛사람들도 우리처럼 글귀를 보고 마음을 일으켜서 함찬 한 해를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아.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말처럼 아직 추위는 혹독하지만 입춘이라는 말 만으로도 조금은 훈훈해지는 기분이야. 다행히 우리 집은 너희라는 봄이 있어 따뜻하지만 무거운 외투를 다시 옷장에 넣어두고 두 어깨가 가벼워질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둥이야,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시작들에도 가끔은 마음속으로 입춘축을 붙여보렴. 낡은 마음 일으키라고 해마다 봄이 오고 꽃도 피고 그러는 거란다. 


2023. 2.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