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출간된 정여울 작가님의 신간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책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챕터가 있어 공유합니다.
나는‘하드캐리 (hard carry) 라는 용어에 묻어 있는 깊은 피로감을 이해한다.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
나 팀을 승리로 이끄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모두가 그 사람만 바라볼 때 하드캐리의 당사자
는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모든 공격을 의지하는 팀, 한
명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 어려운 일을 다 맡겨버리는 조직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한
개인에게 집중적으로 하드캐리를 요구하는 팀은 결코 훌륭하 조직이라 보기 어렵다. 수많은 가족 구
성원중에서 유난히 한 사람에게만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것도 그를 괴롭히는 무거운 부담이다.
하드캐리의 당사자는 대부분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그림자처럼 달고 산다. 특히 남을 지배하
려는 열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하드캐리는 영웅적 호칭이 아니라 그저 무겁고 끔찍한 부담이
되곤한다.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다 지고 있는 것 같은 사람, 그가 진짜 하드캐리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대단하다고, 책임감이 투철하다고, 능력이 출충하다고 칭찬하지만, 그의 내면은
항상 불안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사람의 아픔을 홀로 지고 가는 영웅적인 캐릭터는 위대하
지만, 그가 혼자 감당해야 할 슬픔이 너무 크다. 슈퍼맨에게도 친구가 필요하고, 아이언맨에게도 연
인이 필요하며 모든 아이에게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 내 아픔
을 이해해줄 한 사람’ 이 필요하다. 하드캐리는 결코 인간의 외로움을 구원하지 못한다.
나는 영화 ‘반지의 제왕’ 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진짜 매력이‘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마법’, 즉 누구
도 함부로 엑스트라로 만들지 않는 따스한 마음에 있음을 깨달았다. 원작 ‘반지의 제왕’ 의 눈부신
우정을 향한 예찬은 톨킨의 실제 삶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가난과 외로움 속
에서 고통받던 톨킨의 위대한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은 바로 그의 친구들이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톨킨의 재능을 알아보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톨킨은 ‘반지의 제왕’ 을
쓸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시무시한 하드캐리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보다, 친구와 함께 있
어, 누군가와 함께 있어 더욱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하드캐리보다 더욱 아름다운 것, 그
것은‘무엇도 두렵지 않아, 너와 함께한다면’ 이라고 속삭이는 친구를 한 명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