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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Jan 19.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나의 슬램덩크의 추억

나는 만화책보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학창시절엔 ‘만화가게’라고 불리우던 만화 대여소를 열심히 다녔기에 시대별로 유명했던 만화의 제목과 작가 정도는 외우고 있다.  요즘에도 가끔 초등학생인 딸과 함께 만화 카페를 방문하여 예전에 좋아했던 <쿵후소년 친미>와 <마스터 키튼>도 다시 보고, 딸에게 배운 <도쿄 리벤저스>같은 만화도 읽고 있다. 하지만 단언컨데 아직 <슬램덩크>를 뛰어넘은 만화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슬램덩크를 최고 의 만화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다. 강풀 작가도, 조석 작가도 코믹북으로 출판된 만화들 중 <슬램덩크>가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인정했고, 조석 작가는 슬램덩크를 베끼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정철연 작가의 만화에는 슬램덩크를 패러디와 오마쥬 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슬램덩크>의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만화가들의 만화가이다.


강풀이 말하는 슬램덩크
조석 작가가 말하는 슬램덩크
수많은 작가의 작품에서 슬램덩크는 패러디되고 오마쥬 된다.


1990년대 초중반이었을 것이다. 당시  소년 챔프에서 연재되고 있던 <슬램덩크>는 두 달에 한 번 문고판으로 출판되었는데 슬램덩크가 출판되는 날에는 전국 서점과 동네 문방구에는 슬램덩크가 출판되었다는 전단이 붙었다. 두 달을 기다릴 수 없는 독자들은 소년 챔프를 매주 구매하여 단지 몇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감질나는 슬램덩크를 읽어야만 했었고, 만화 대여소 사장들은 이런 독자들을 위하여 소년 챔프에서 슬램덩크 부분만 오려내여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돈을 받고 대여해 주기도 했다.


1995년 2월에 군에 입대하면서 서울에 두고 온 여자친구보다 <모래시계>와 <슬램덩크>가 더 걱정되었다. (그러니 차였어도 싸다.) <모래시계>는 엄마에게 비디오로 녹화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슬램덩크>는 방법이 없었다. 군생활에 익숙해지자마자 방위병들에게 <슬램덩크>를 사 달라고 부탁을 했고, 나 때문에 우리 소대원들은 모두 슬램덩크의 팬이 되었다. 마지막 31권은 소대원들이 모두 모여서 한페이지씩 같이 읽었다. <슬램덩크>는 나의 소중한 청춘의 일부분이다.



<슬램덩크>가 끝나고 이노우에 작가는 <버저비터>, <리얼>과 같은 농구 만화와 <배가본드>와 같은 대형 히트작들을 연달아 내 놓았지만 그 무엇도 <슬램덩크>만큼 내 마음에 든 만화는 없었다.  2004년, 슬램덩크의 판매가 1억부를 돌파하자 이노우에 작가는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 후>라는 만화를 가나와현의 한 폐교 칠판에 그렸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가능하다면 칠판을 떼 오고 싶었다. 그리고 작가가 아무리 더 이상 <슬램덩크>를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도 난 믿지 않았다. 소개만 하고 끝난 ‘마성지’와 ‘김판석’이 등장하는 만화가 언제가 출판되리라 믿었다. 하지만 결국 난 기다림에 지쳤고 2012년 1월 4일, <슬램덩크>를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내 개인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https://blog.naver.com/gwis2/30127921231


놀랍게도 내가 글을 남긴지 10년 만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란 극장판 <슬램덩크>가 개봉했고 나의 인내력 부족을 반성하며 개봉하자마자 달려가서 관람했다. 내가 머리속으로만 상상하던 그 캐릭터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목격하니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이 일어났다. 특히 강백호의 걸음걸이는 내가 머리 속으로 상상만 해 오던 모습과 똑같다. 난 1996년에 이 경기의 결과를 알아버렸으나 그것이 이 영화의 재미를 망치지는 못한다. 경기의 결과를 몰랐다면 영화가 더 재밌었을까? 경기의 결과를 모르는 사람들은 2시간만에 설명이 불가능한 캐릭터들도 몰랐을 것이기에 억울하지는 않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기는 그 제목과는 달리 코믹북 슬램덩크 북산팀의 ‘라스트’ 경기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성공으로 인하여 자본주의의 탐욕은 앞으로 더 세컨드, 더 써드 슬램덩크를 만들어 낼 것이라 확신하기에 코믹북에는 없었던 경기들을 앞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난 <더 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할 때까지 꼭 건강하게 살아있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국내 영화관 3사 관람 그랜드슬램 달성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지만 난 <슬램덩크>를 정말 좋아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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