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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dan May 12. 2020

A형 남자, B형 여자. 그 환상의 조합

너 A형이야? 비켜!

예전에 온라인 웹툰 중에 '혈액형에 관한 고찰'이라는 웹툰이 있었다.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316914&no=40&weekday=wed

이 스토리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같이 살면서 보니 남편은 A형 나는 B형이었고, 몇억의 인간이 혈액형 4개의 성격대로 분류가 되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나와 남편의 성격은 물과 불같이 달랐던 게 사실이다.


주변 사람에게 종종 이야기하지만 비슷하면 비슷한 이유로 끌리는 부분이 있고 다르면 다른 이유로 끌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약간의 편집증처럼 정리를 좋아하고 깔끔한 편이고 지나치게 계획적인 A형이고 나는 계획 따윈 없고 뭐든 알아서 될 거라는 생각이고 몰아서 치우는 게 편한 게으른 B형이다. 꾸려가고 싶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연애타입은 잘 맞는 편이었지만 성격적인 부분에서 사실 둘이 잘 맞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화가 나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말을 막 하는 편이고 남편은 화가 나면 오히려 말을 안 한다. 누가 봐도 남편의 기를 죽이는 와이프의 모양새다.


case1.

우리의 조합은 특정 상황에서 매우 빛을 발하는데 예를 들자면 여행을 떠나야겠다며 불같이 타오르는 B형이 있고 그를 말리지 못해 계획을 짜며 어디로 가야 할지 검색하는 A형이 있다. 심각한 방향치인 B형은 가고싶은곳을 나열한다. 그러면 A형씨는 유심부터 시작해서 구글 지도, 버스 트램 지하철 등등 B형이 가고싶다는 목적지에 가기위한 이동수단을 모두 확인해둔다. 무계획과 계획이 만나는 아름다운 여행.


case2.

이사날짜가 잡히면 순식간에 집을 내놓고 집을 보러 갔다 와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B형이 있고 집 근처의 상권과 집안의 사이즈에 맞는 배치를 하는 A형. 나는 대체적인 틀만 보고 괜찮네 싶으면 계약을 진행하는데 반해 남편은 집근처 역, 집근처 상권, 시내까지의 이동수단과 집안 가전가구의 사이즈를 재서 집 평면도를 그리고 배치해본다. 완벽하지 않으면 애초에 하려들지 않는 성격이다.


case3.

둘이 핸드폰을 바꾸면 생기는 상황. 원래 쓰던 어플 몇개 깔아놓고 배경화면 바꾸고 잠금화면 설정하고 인터넷 로그인해놓고 끝나는 B형과 원래 쓰던 폰과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아야해서 공인인증서 깔고 온갖 어플에 하나하나 로그인해두고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를 모두 연동시키며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가 되도록 핸드폰을 붙잡고있는 A형. 살려주세요... 주말인데 집안일은 해야할거 아닙니까.


case4.

밖에서 먹었거나 TV에서 보이는 맛있어보이는 요리는 레시피를 보고, 레시피 속 재료가 없으면 없는대로 대충 건너뛰고 계량따윈 개나주라는 마인드의 B형과 라면을 끓일때 500ml 물 양을 맞추는 걸로 시작해서 타이 3분 30초를 맞춰두고 끓이는 우리집 A형.



이 A형 남편씨는 약간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성향이 있어 자신이 잘 못할 것 같거나 못하는 분야는 애초에 발조차 담그질 않는다. 해외여행을 갔는데 본인은 영어 발음도 썩 좋지 않고 영어도 잘 못한다며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모든 대화를 나에게 떠넘긴 덕분에 나는 매년 영어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자기가 먹을 맥주는 자기가 주문하자고 하니 안 먹고 마는 아주 독종인 것이다. 속터져. 살려주세요. 너 A형이지?? 비켜, 나와!!


재미있는 건, 시어머님이 B형 시아버님이 A형이시다.

우리의 미래는 이미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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