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dan May 12. 2020

서울 남자, 전라도 여자

사투리도 못 알아듣는 서울 촌것이??

제목 그대로 남편은 서울 태생에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서울깍쟁이고 나는 12살까지는 전라도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온 지방 여자다. 전라도에서 겨우 12년 서울에서 26년을 살았는데 언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 언어를 지방에서 다 배우고 나니 서울에 오래 살았건 어쨌건 억양이나 사투리가 배어있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는 가족과 통화를 할 때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사투리를 쓰고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쓰며 통화를 하게 된다.


남편은 종종 사투리를 쓰는 내가 낯설다 한다. 무의식 중에 내 입에서 사투리가 튀어나가면 남편은 이해하지 못하고 대체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나를 어처구니없이 쳐다보는 일이 많고, 사투리에 대한 뜻을 설명해주면 빵 터져서 웃다가 용케 기억해두곤 나중에 적절히 써먹고는 한다.


case1. 잠와

잠온다, 잠이 안온다라고 말하면 다 알아듣지만 '졸려'대신 '잠와'라는 말을 쓰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다 알아들으면서 어째서죠?


case2. 째내다 얼어죽는다(쪄죽는다)

남편이 옷입을때 째내다 거시기하겠다, 라고 말을 하면 무슨말인지 못알아들으면서 일단 사투리라고 무시한다. 누가 그런말을 쓰냐며. 내가 쓴다. 그런식으로 입고가다간 진짜 얼어죽어(내지는 쪄죽어). 째낸다는 사투리를 배우고서는 이제 나에게 반격을 시작함.


case3. 으지짠해

이틀을 씻지않아 머리에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남편의 모습에 으지짠하다는 말을 썼다. 어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느낌을 알아챈것인지 매우 기분나빠하다가 처제를 통해 으지짠의 뜻을 캐치해낸 남편은 이번엔 으지짠하다는 말로 반격을 하고있다. 아 이건 내가 당해도 기분 나쁘다.


case4. 짠하다

다른 전라도 커플과 만났을때 우리가 '짠하다'는 표현을 썼단다. 서울사람인 남편이 알고있는 짠하다는 '건배하다' 내지는'반짝이며 나타난다' 정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우리의 앞뒷말을 가지고 대략적인 뜻을 유추해서 일단 아는척을 했단다. 그 이후 내가 다시 '짠내난다'는 표현을 했을때 남편은 내게 물었다. ①바닷가의 짭짤한 냄새가 난다 ②자린고비처럼 너무 짜게 굴어서 얍삽한(?)냄새가 난다, 둘 중 어느것이냐고.

으음. 둘다 아닌걸. 여기서 말하는 짠내는 그 짠한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입니다 :) 알아맞춰보시지!


반대로 남편이 어떤 단어나 문장을 쓰든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사투리가 발단이 된 대화의 끝은 '아니, 이 서울 촌놈이??'와 '뭐라는 거야, 이 전라도 촌년이?'가 된다.(오랜 친구에서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람)


인터넷이나 TV에서 자신이 못알아듣는 말이 있으면 사투리냐고 묻는다. 얼마전엔 반틈을 물었다.

저기요, 나는 전라도라 전라도 사투리밖에 모른다니깐. 그리고 나정도면 사투리 정말 안쓰는거야.

"그러니까 반틈이 무슨뜻이냐고."

절반만큼의 틈이요. 벽돌 절반을 깨서 넣으면 절반이 비는데, 그게 반틈이요. 응??

"올?"


전라도 태생 마누라와 10년째 가정을 꾸리고 살아도 사투리는 신기한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