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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dan May 08. 2020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 것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없는 어른들의 말

오지랖으로 들리는 주변의 말이 있다.

혼기가 찼으니 결혼해야지, 누구네는 집도 샀다던데 얼른 집 한 채 마련해야지, 결혼했으니 얼른 애 가져야지, 첫째가 있으면 혼자는 외로우니까 둘째도 가져야지, 아들이 있으면 딸도 낳아야 하고 딸이 있으면 아들도 하나 있는 게 좋지 등등의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이야기들.


그 중, 가장 듣기 싫었던 두 가지의 말이 '혼기가 찼으니 결혼해야지'와 '니 나이면 노산이야'였다. 그 말을 듣던 때가 대략 30대 초반이었는데 이 두 말이 얼마나 상반되냐 하면, 내가 결혼을 일찍 한 케이스이기도 하고 주변에 결혼한 친구가 많지 않았던 때이기도 해서였다. 모두들 혼기를 놓쳤고 모두들 노산이라 애 갖고 낳기가 힘들 거라는 일반화였다.


서른두 살, 결혼 3년 차 남편은 백수탈출을 했고 홍시는 성묘가 되어 아주 잔망진 짓이 피크를 찍을 때였다. 5년은 임신 계획이 없어 피임을 했는데 단 한번 피임 실패로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고, 뜻밖에 임신이 되었다.


호르몬 폭탄이라는 사후피임약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걱정이 된 건 그때가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겨우 한두 달 남짓일 때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싶었고 아직은 아이에게 묶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한참 강할 때였다. 그때는 다음을 기약하며 수술을 했다. 뜻하지 않았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갖고 나니 임신 그 쯤은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다.


원하던 대로 그 회사는 아주 안정적으로 4년을 다녔다. 그리고 회사를 옮겨서 다시 3년을 다녔다. 그 7년 사이에 많은 경험을 하며 이제야 내가 이해한 어른들의 그 말.


'가질 수 있을 때 가져야 해. 나이 먹으면 애 갖기가 힘들어.'


그때 내 선택이 후회될 때가 가끔 있다. 경험자들의 조언을 잔소리로 치부하고 '나는 다를것이다'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살던 나는 이제와서야 어떤 생각들을 하며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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