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하우스 피봇팅 이야기 (1/3)
그동안 묵혀뒀던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누리하우스 설립 이후 워낙 많은 일들이 있던 터라 밤새 이야기할 거리가 쌓여 있어요. 한가롭게 이야길 풀어낼 시간이 없어 소식 공유가 늦어지게 되었네요. 지난 일 년 동안 피봇팅(기존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과정을 어땠는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창업 후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코로나 사태였습니다. 글로벌 커머스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것 기억하시죠? 1년 안에 코로나도 잠잠해지고, 사업 현황도 좋아질 거라 예상했던 터라 코로나가 장기화 되는 상황은 정말이지 막막했습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팀빌딩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1년 3월, 운이 좋게도 라이프 스타일 기반한 크로스보더 커머스를 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믿고 해시드, 디캠프, 더벤처스 등 정말 좋은 투자자분들을 주주로 모실 수 있었는데요. 기쁨의 순간도 잠시, 투자 직후부터 정말 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비스 개발에 막바지에 이를 즈음, 저희 팀이 가지고 있던 가설이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아직은 실제 고객을 만나지 않았던 터라 기존 계획을 고수하며 사업 구조를 세팅하고 있었는데요. 론칭이 임박해 오면서 그 불안은 점점 더 커져만 갔고, 2021년 7월 서비스 론칭 직후 고민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능과 소개하는 제품, 브랜드의 품질과는 별개로, 시장의 크기와 인프라가 저희 가설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소품 시장은 해외 고객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영역이었고, 국내의 생산 인프라 또한 중국 등 해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원가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에 대해서 가지고 계시는 기대와 의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도 조심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실제 시장의 현황을 반영하여 사업을 구상한 것이 아니라 어떤 당위성에 근거하여 사업 모델을 구축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다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더욱 성숙해져야 하는 시장임을 깨달음과 동시에, 저와 저희 팀은 그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릴 체력과 끈기 부족하다는 것 또한 받아들여야만 했지요. 이런 상황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피봇팅 옵션을 고려하기 전에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초기 단계이고 자금도 여유로 왔던 터라 확실히 않은 아이템에 배팅하는 것보다는 즉각 멈추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법인의 운영을 잠시 멈추는 것도 고민했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다다랐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같은 꿈을 꾸며 모인 팀원들, 그리고 선뜻 누리하우스의 투자를 결정해준 투자자분들, 여러 경로로 응원해주고 계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로를 틀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새로운 형태를 갖추는 일에 빠르게 임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우리가 가장 잘 할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단 아쉬움이 여전이 크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12월을 맞이했고, 한 달여간 고민한 끝에 정말 큰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모든 걸 스탑 하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