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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재 Aug 09. 2018

직장이 우리에게 자유를 줄 수 있을까?

대학 졸업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본 한국사회 문제점

대학 시절, 달동네에서 저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철거를 앞둔 동네로 찾아와 좋은 이모처럼 아이들과 어울리며 가르쳤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졸업 뒤 한참 뒤에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바로 암벽등반이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산을 찾았고, 산 사람들과 만나 어울렸고, 행복했습니다.

산은 친구에게 삶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고층아파트에도 매달리고 뙤약볕에도 강추위에도 작업하는 육체노동을 업으로 선택했습니다.


일용직이라 언제 얼마나 일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땀흘리는 노동 자체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산을 삶의 중심에 놓고,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을 향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친구는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생계를 해결하면서, 고된 노동으로 땀흘려 생산하기까지 한다면, 행복하고 멋진 삶 아닐까요? 

또 충분히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친구에게도 고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안정된 직장’에 소속되지 않아서 겪는 손해가 많아 보입니다.

대부분 제도 탓입니다.


국민연금은 직장인의 경우 회사에서 절반을 내 줍니다.

그리고 40년 가입기간을 채우면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게 됩니다. 

주로 일용직으로 일했으니 불과 몇 년 밖에 가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출산을 하더라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생각하기 어렵겠지요. (그는 여성입니다)

대학이나 공기업이나 대기업 일부에 있는 유급 안식월이나 안식년은 꿈꾸지 못할 테고요.


저도 소속 없이 혼자 글을 쓰고 방송을 하며 지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유롭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었지만,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스스로를 더 속박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은, 자유롭게 살기를 선택하는 개인에게는 질곡입니다.

흔히 직장보다 직업이 중요하고, 일자리보다 업이 중요한 사회가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리 안 챙기고 업에만 몰두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손해를 봐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이고 콘텐츠 시대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왜 작가와 유튜버와 예술가와 1인 기업가들은 이리도 불안에 시달려야 할까요?


이른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창업이나 이직을 선택하려면 인생을 거는 위험한 결심을 해야 합니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가 언젠가 올 지도 모릅니다.


직장이 아니라 사회가 개인에게 좀 더 안정성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기반 위에서, 개인은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연극을 하고, 코딩을 좋아하는 사람은 코딩을 하고, 창업을 할 사람은 창업을 하고, 자원봉사를 할 사람은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할 일과 우리가 살아갈 삶을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돕도록, 사회를 다시 구상해 볼 수는 없을까요?


이런 문제의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듣는 작은 대화모임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는 사회적인 불안과 속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주실 분들을 모십니다.

아래 링크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isNIucy7SrmwVUkCigRv6UgWAVP877xFVIA0WMGeKK0/viewform?edit_requested=true


여러분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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