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람 소리 없이 눈이 번쩍 떠지는 평일
지옥철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치이며 도착한 회사
입 찢어지게 하품하면 내리는 에스프레소 캡슐
자판소리만 나는 건조하기 짝 없는 답답한 사무실
내일이 와도 달라질 거 없을 거라는 생각
나는 오늘도 안녕한데 안녕하지 못합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회사라는 소속감
소속감과 맞바꾼 나의 시공간
자본주의의 노예답게 머니머니 해도 돈이 중하다
돈이 나를 굴리는 걸까 내가 군림 다 와는 거리가
명쾌하지 않은 계산법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나는 오늘도 안녕한데 안녕하지 못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자리가 만들어지니까 목에 힘이 들어간다
제가요, 이걸요, 왜요 묻기 전 귀를 닫아버린다
저를 부르지 말아 주세요 생각하게 두들겨보는 자판
힘 없이 써 내려간 문장들에 힘 빠져 있는 동공
나는 오늘도 안녕한데 안녕하지 못합니다
다가서고 싶지도 다가가고 싶지도 않은 지금
그저 오늘 하루 아무 일 없게 끝났으면 하는 기도
맥락 없이 치고 들어오는 제안들에 칼을 갈아본다
어차피 해야 할 거 미루지 말고 퇴근 전 대화 금지
화난 상태로 화장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오늘도 안녕한데 안녕하지 못합니다
애매하게 시간 때우려니까 조마조마한 심장
콩닥콩닥 연애도 아닌데 회사랑 연애 중인 8시간
퇴근 시간 맞춰 화장실 다녀와서 책상 정리
정리하면서 퇴근 시간 후 예약 메일 보내기 설정
눈치 싸움하다가 주섬주섬 짐 싸고 퇴근해버리기
나는 오늘도 안녕한데 안녕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