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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히희 Jul 06. 2023

용이와 은이의 결혼

시대색 짙은 그들의 인생이야기 1

나를 세상에 초대한 용이와 은이는 둘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용이와 은이를 매일 생각한다. 그리워 하기도 하고 용이와 은이는 뭐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같이있어도 더 보고싶고 맛있는것을 먹을때면 같이 먹고싶어서 열심히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한다. 내가 만약 미국에 유학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용이와 은이네 집에 얹혀살면서 매일 맛있는거 해먹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며 행복한 캥거루로 잘 살았을것 같다. 시간이 될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애정하는 용이와 은이의 이야기를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용이와 은이는 서로를 26살, 24살에 만났다. 은이의 집은 소와 땅이 많았다. 성실하고 똑똑하며 사회와 철학에 관심이 많던 은이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대전에서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하고있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기 위하여 이불공장에 잠입하여 봉제일을 하던 중이였다. 용이는 부산의 어려운 집안에서 자랐다. 아주 어릴적부터 혼자의 힘으로 모든걸 해결하던 용이는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최고로 중요했다. 용이는 공부를 잘하였고 고등학교 선배들의 도움으로 서울로 대학을 왔다. 용이는 밤낮으로 불법과외를 뛰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버느라 낭만이나 철학같은 것들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열심히 생활하던 용이는 어느날 배가 너무 아파 쓰러졌고 맹장이 터져서 수술을 하게됐다. 수술후 회복실에 누워있던 용이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너무 외로워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고 한다. 그당시 문병온 친구의 고향친구가 은이였고, 둘은 곧 은이가 대학을 다니던 대전에서 첫 소개팅을 한다. 한번도 이성을 사귀어본적이 없었던 순진한 젊은이들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밥을 먹었다. 세번을 만나고 네번째 약속을 잡고나서 은이가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은이는 용이 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연락이 끊겼고 갑자기 사라진 딸을 걱정한 은이의 아버지가 용이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용이는 전화를 받고 바로 은이의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용이와 은이의 아버지는 전국을 수소문하여 며칠만에 겨우 은이의 행방을 알아냈다. 바로 감옥이였다. 담당 검사와도 만났다. 담당 검사는 은이가 나오려면 꽤나 힘들것이라며 겁을 주었다. 용이와 은이의 아버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묘책을 생각해내었다. 바로 용이와 은이가 결혼을 한다고 잠시만 결혼식을 하기위해 은이를 나오게 하자는 것이였다. 검사는 용이와 은이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예를들면 청첩장 같은것이였다. 그 길로 바로 옆에있는 인쇄소로 달려간 둘은 급하게 한달뒤로 결혼 날짜를 잡아서 청첩장을 찍어내었다. 


청첩장에는 그저 은이를 감옥에서 나오게 할 만한 아주 필요한 정보만이 찍혀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대한 가족사로 인정받았고 은이는 감옥에서 나올수 있었다. 은이와 용이는 그렇게 만난지 3번만에 서로의 가족과도 인사를 하고 청첩장에 찍힌 날짜에 결혼식을 하게되었다. 이 순진한 젊은이들은 혹여나 상대방이 다시 감옥으로 끌려갈까, 그리고 혹여나 검사가 결혼식장에 확인차 오지는 않을까 하여 결혼식을 올렸고 그렇게 둘은 백년가약을 허겁지겁, 맺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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