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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조직의 자산으로

전략적 협상연구소 이성대 소장입니다.

by 이성대

"우리 회사의 협상력, 왜 제자리걸음일까?" 개인의 감을 조직의 자산으로 바꾸는 4가지 전략


서론: 사라지는 협상 노하우, 반복되는 실수

협상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법

많은 기업에서 협상은 조직의 수익성과 대외 신뢰를 결정짓는 중대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에이스' 직원에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각이 거래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핵심 직원이 이직하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에 축적되어야 할 귀중한 협상 노하우는 개인과 함께 사라지고, 남은 조직은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기업의 수익성과 시장 평판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개인의 역량에 머물러 있는 협상을 어떻게 조직 전체의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4가지 핵심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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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째, 협상의 '언어'와 '프로세스'를 통일하라


협상을 개인의 '감'이 아닌 재현 가능한 '과학'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표준화'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협상을 동일한 관점과 방식으로 이해하고 실행할 때, 비로소 조직의 협상력은 일관성을 넘어 탁월함의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이는 신규 인력의 빠른 적응을 돕고, 일관성 없는 거래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며, 협상 역량을 조직 전체로 확장하는 토대가 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통의 '언어'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협상에서 핵심적인 개념인 **BATNA(최선의 대안), ZOPA(합의 가능 범위), Trade-off(교환 구조), Rapport(신뢰 구축)**와 같은 용어를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부서마다 다른 용어를 쓰거나 개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효과적인 협력과 지식 공유는 불가능합니다.

다음으로 협상 과정을 **'사전 준비 - 실행 - 사후 검토'**의 3단계로 구조화해야 합니다. 각 단계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활동과 검토 항목, 필요한 문서들을 명확히 정의하면 협상은 더 이상 소수의 감에 의존하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아니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체계적으로 관리 가능한 프로세스가 됩니다.


2. 둘째, 성공과 실패 모두 '데이터'로 축적하라


협상 경험을 미래에 활용 가능한 '지식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회의록을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성공과 실패의 모든 경험을 분석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축적하는 과정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협상의 주요 의제와 목표

최종 합의 조건과 그 과정

상대방의 특징, 핵심 관심사 및 협상 스타일

협상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에 대한 심층 분석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미래의 유사한 협상에서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과거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결과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보다 정교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발주처와의 조건 협상, 협력사의 클레임 대응, 심지어 복잡한 내부 조율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가 쌓일수록 조직의 협상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집니다.


3. 셋째, '실패'를 비난이 아닌 학습의 기회로 만들어라


아무리 뛰어난 시스템도 그것을 사용하는 조직의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특히 협상 실패를 대하는 조직의 태도는 협상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협상 실패를 비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학습의 기회로 인식하는 심리적 안전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상 경험이 솔직하게 공유되고 지식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사례 복기 세션'**을 정례화하는 것입니다. 주요 협상이 끝난 뒤, 담당자들이 모여 성공 요인과 실수를 함께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자리입니다. 비난의 두려움이 없는 문화는 2단계에서 언급한 데이터베이스의 질을 결정하는 전제조건입니다. 솔직하고 깊이 있는 실패 분석 데이터가 쌓일 때 비로소 조직의 데이터베이스는 강력한 예측 도구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암묵적 노하우는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집단적 지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4. 넷째, '과정'과 '관계'까지 평가에 포함하라


협상을 바라보는 조직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마지막 열쇠는 '성과 관리 체계의 재설계'입니다. 단순히 계약 체결 여부나 합의 금액과 같은 결과만으로 협상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은 단기 성과에 매몰되어 장기적인 자산 구축을 저해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평가 체계는 다음과 같은 정성적 요소를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협상 과정의 품질: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프로세스를 준수했는가?

관계 자산의 구축: 일회성 승리가 아닌, 신뢰 기반의 재협력 가능성을 확보했는가?

재발 방지 효과: 향후 유사한 갈등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합의를 도출했는가?

내부 실행의 일관성: 합의된 내용이 조직 내부에서 원활히 실행될 수 있는가?

조직 확산 기여도: 협상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에 얼마나 공유하고 자산화에 기여했는가?


이러한 다면적인 평가 방식은 직원들에게 협상이 단순히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조직의 지식에 기여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이는 결국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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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협상은 개인의 기술이 아닌, 조직의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제시한 **표준화(언어/프로세스), 데이터화(경험 축적), 문화화(학습 기회), 제도화(평가 체계)**는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표준화는 공동의 청사진을, 데이터는 조직의 기억을, 학습 문화는 개선의 엔진을, 그리고 평가 제도는 이 모든 시스템을 지속시키는 제도적 강화를 제공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네 가지 축이 견고하게 구축될 때, 비로소 협상 역량은 조직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협상을 여전히 소수 직원의 개인적인 감각에 방치하는 조직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일관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반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은 협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계와 구조적 이익을 창출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져봅니다. 당신의 조직에서 협상은 '자산'입니까, 아니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개인의 감'입니까?


전략적협상연구소 이성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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