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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현 Aug 26. 2019

정말 뻔한 문장

일반인이 콘서트를 하다. 


 저는 완전 ‘삐딱이’였습니다. 당시 제 마음은 진짜 부정 덩어리였습니다. “안 될 놈은 안 돼!”라는 마음을 저는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안 될 놈은 바로 저였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중학교 때 왕따? 은따? 힘이 센 놈들 빵셔틀, 화풀이 대상이었습니다. 게다가 고3 때는 수능을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가수라는 꿈도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진짜 ‘안 될 놈 중에 안 될 놈’이었습니다.


 20대 후반,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의 안개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강사에 도전하고 있었고, 강의를 듣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에서 올랐습니다. 기차 안에서 저는 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에 부정적인 내 마음을 녹이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He can do it’

 ‘She can do it’ 

 ‘Why not me?’

 ‘I can do it!’     


 그전까지 알았던 ‘I can do it’이라는 문장은 정말 뻔하고 뻔한 문장이었습니다. 이 ‘I can do it’은 저를 위로하려는 영혼 없는 말로만 느껴졌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이전까지 ‘I can do it.’과는 달랐습니다. 그도, 그녀도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이유가 느껴지는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차장을 바라보면서 ‘나도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물음표가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옆쪽에 한 아저씨의 신문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신문에는 싸이가 빌보드 차트 2위를 했다는 헤드라인과 함께 싸이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있었습니다. (참고로 제 롤모델은 싸이)


 저는 그 신문과 이 문장을 번갈아 보면서 예전에 갔던 싸이 콘서트를 떠올렸습니다. 비록, 가수의 꿈은 접었지만, 콘서트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늘 제 마음 한편에 있었습니다. 그 문장 옆 공백에 ‘싸이도 콘서트 했는데 왜 나라고 못 해! 나도 콘서트 할 수 있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콘서트 때 필요한 것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백댄서 (안무)

 - 반주 노래 (MR)

 - 장소

 - 게스트

 - 음향 (스피커, 마이크)

 - 사진

 - 영상 (가사)

 - 날짜 

 - 포스터(현수막)     


 당시 제 나이 29, ‘20대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타이틀로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콘서트 때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저는 하나하나씩 준비해나갔습니다. 결국, 201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오후 3시에 대구 시내 클럽을 통째로 빌려서 콘서트를 했습니다. 제 주위의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청했고, 저는 20곡을 불렀습니다. 제 콘서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날 밤, 콘서트 준비부터 정리까지 모든 것을 혼자 했던 저는 지칠 때로 지쳐 있었습니다. 게다가 20곡 중 절반 이상은 댄스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진짜 신기한 것은 잠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아마 해냈다는 뿌듯함인지, 콘서트에 느낌 때문인지 구름에 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 여러 번 잠을 청하려고 시도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기차에서 본 그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He can do It.’

 ‘She can do it.’ 

 ‘Why not me?’

 ‘I can do it!’     


 그날 저는 ‘I can do it?’의 물음표를 ‘I can do it!’의 느낌표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6hXGDSrjA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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