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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옹즈 Mar 07. 2023

36살, 폐점합니다.

6년간 장사의 마침표를 찍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나 나를 옭아매던 공부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취업을 한 곳은 요식업이었다. 공무원 수험공부를 하느라 세월을 보낸 탓에 이미 늦은 나이, 거기다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던 끝에 매장관리직으로 입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직한 직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과 동시에 동반퇴사를 하면서 우리는 모 회사의 점주가 되었다. 우리가 일해온 프랜차이즈는 6년간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14시간씩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운이 좋았다. 우중충했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운이 좋은 순간이었다. 첫해부터 장사가 잘 되었고, 둘이 열심히 일을 하여 돈도 벌었다. 작은 아파트도 우리 힘으로 장만했다. 30년간의 끝없이 어둡고 우울한 터널을 드디어 통과한 느낌이었다.


모든 면에서 뒤처져있던 내가, 30살에 결혼도, 장사도, 집도 스스로의 힘으로 모두 해낸 것이다. 인생에 3번의 기회는 온다고 하는데 나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더 크고 더 좋은 상권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주 80시간 이상의 노동과 겨우 일주일에 하루 쉬는 것이 전부였던 우리는 여가시간이 없었기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집값은 배로 뛰었다.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장만한 작고 소중했던 집이 금세 초라하게 느껴졌다. 더 큰 집을 장만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집을 살 때, 누군가 우리에게 돈을 조금만 더 지원해 주실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었고 운도 따라주었던 시간들이었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 보며 나에게 주어진 행복들은 잘 누리지는 못했다.


점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전까지의 프랜차이즈는 상권을 먼저 선점하면 돈을 벌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 이미 포화상태가 된 프랜차이즈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본사와 점주, 서로 간의 입장차이가 생기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6년간의 장사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하락기에 접어든 프랜차이즈를 정리하고, 우리는 원래 고향으로 돌아왔다.


반려묘 셋이 있어, 집을 먼저 부동산에 내놓으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낡은 주택으로 먼저 이사를 하고, 우리가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어놓았다.


30년이 훨씬 지난 낡은 주택은 냉장고가 겨우 들어갔고, 세탁기는 바깥 베란다에 내놔야 했으며, 주변이 온통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를 짓고 있어, 백화점과 지하철역이 인접함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난방비로 인해 보일러를 마음대로 틀 수가 없어 전기매트 두 장을 구입하여 안방 침대에 놓았다. 집에선 울트라 히트텍과 경량형 패딩을 두 개 껴입으며 생활했다.


우리는 다음번엔 조금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가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잠시만 인생의 추운 겨울을 견뎌내기로 서로 다짐했다. 그리고 완치는 안된다지만, 강박증도 열심히 치료받아 약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갈 생각이다. 정신과진료를 받고 있는 도중엔 보험에 들 수 없다는 점이 제일 치명적이었다. 나에겐 사회적 안전망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무방비 상태로 공부만 하다 사회로 던져진 꼴이었다. 그나마 든든한 남편이 있기에 인생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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