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을 찾는 일

어느덧 세 번째 결혼기념일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똑같은 시간에 몸을 일으켜 날씨에 맞는 옷을 챙겨 입는다. 어제와 같은 번호가 적힌 지하철 칸에 몸을 싣고 또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한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나면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문자를 적어 보낸다.



- 잘 도착했어?

- 응, 이제 주차 중

- 오늘도 칼퇴를 목표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늘, 오늘은 우리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다. 이젠 서로의 패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언제 눈을 뜨고 언제 밥을 먹고 언제 잠을 자는지, 언제 가장 기뻐하고 언제 가장 피곤해하며 언제 가장 고민에 빠지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25년 가까이 모른 채 살아온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친밀한 사이가 될 수 있다니. 오늘만큼은 이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서로의 출발 시간을 확인한다. 고르고 고른 식당까지 어림 잡아 30분. 연애 시절에도 결혼 후에도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수십 가지의 메뉴가 있지만 서로가 어떤 음식을 두세 번씩 담는지, 몇 접시쯤 쌓이면 젓가락을 놓는지 생생히 그려진다. 예측할 수 없는 일보다 훤히 꿰고 있는 일이 더 많아진 사이. 그게 안심이 되고 편안하지만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든다.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만큼 새로운 일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다고.



나에게 글쓰기가 무척 귀한 일이듯, 남편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다. 함께 즐겨보려 노력하기도 하지만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내 주위의 오래된 부부들은 말한다. 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갈 찾아야 한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보고 싶은 모습이 많고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으며, 우리는 함께 보낸 세월보다 함께 할 세월이 훨씬 많다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작점을 찾는 일. 그 과정에서 서로의 몰랐던 면을 발견하는 일. 익숙함에서 다시 새로움으로, 새로움에서 다시 익숙함으로 돌고 도는 일. 첫 번째, 두 번째와는 사뭇 달랐던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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