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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Apr 06. 2021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질 것



요즘 잠자코 앉아 글을 쓰는 일이 뜸하다. 내 직업을 위해서나, 내 개인의 삶을 위해서나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지만 한편으론 안심이 된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괴로울 때만 글을 쏟아내는 내가 도통 글 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요즘 삶이 꽤 괜찮다는 증거니까. 정말 그랬다. 마음에 걸리는 것도 무언가에 쫓길 것도 없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니,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내가 놓쳐버린 것은 또 무엇일까. 지난날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다가올 날을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땐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쳐내기 바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올겨울부터 뭔가 달라졌다. 겨울이 달라지니 새롭게 찾아온 봄도 달랐다.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나름의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가끔 잠을 설치고 자주 큰 숨을 들이마셔야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나를 안심시켜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몇 번이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것 같아 여러 번 내 안에 되새겼다. 삶이란 게 바닥을 치다가도 다시 금세 하늘을 나는 듯하고, 또 늘 그럴 것만 같던 것이 금세 고꾸라지기도 하니까. 이런 순간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해. 또 불쑥 찾아올지도 모를 반갑지 않은 일들에 대비해야만 해. 그렇게 마음을 단단하게, 더 단단하게 만든다.


"남들과 비교하며 살지 않을 수 있다면 이미 성공이야. 누가 그러더라. 비교라는 건 결국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소식을 들은  선배님은 이런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새로운 환경에 다시 내던져질 내게, 어쩌면 시도 때도 없이 시험대에 올라 신랄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를 내게 방패 같은 말을 쥐어주었다. 혹시라도  마음을 잊어버릴까 메모장에 꾹꾹 눌러 적었다. 남은 올해는  마음만 잘 유지해도 성공이겠지. 그래, 이것부터 해내야겠다. 한동안 잊고 있던 마음을 먹어본다. 그렇게 올해의 봄은, 조금 다른 봄으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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